일본이 '유사(有事)법제 3개 법안'이란 민감한 사안을 노무현 대통령 방일기간에 처리하리라는 일본 신문들의 보도는 저의를 의심케 한다. 그 보도가 사실이라면 유례없는 정상외교의 결례가 될 것이다. 국빈으로 방문하는 이웃나라 정상이 체류하는 동안 그 나라가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법안을 공식 성립시킨다면, 성숙돼 가는 두 나라 우호관계가 큰 손상을 입지 않을까 걱정스럽다.일본 자민당 등 연립여당은 중의원을 통과한 유사법제 3법안을 5일 참의원 특별위원회 표결에 부치자고 3일 야당에 제안했다. 이에 따라 참의원 무력공격사태특별위원회는 4일 이사회에서 '5일 특위를 통과시키고, 6일 참의원 본회의를 통과시킨다'는 의사일정에 합의했다.
이렇게 되면 노무현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하는 6일 그 법안들이 공식 성립된다는 얘기다. 현충일인 그 날 우리 대통령이 일본 천황을 만나고 전시 동원법제에 비유되는 법안들이 의결된다면, 취임 후 처음 국빈으로 방문하는 손님 나라나, 그를 맞는 주인 나라 모두에게 유쾌한 일이 되지 못할 것이다. 현충일에 일본 천황을 만날 것이 무어냐는 일부 여론은 모른 척 하더라도, 자민당 정조회장의 창씨개명 망언까지 겹쳐 한국의 국민정서는 부정적이다.
유사법제 3법안이란 유사시에 대비해 자위대 지휘계통, 토지수용, 미군지원 등을 규정한 법안들이다. 말만 '유사'이지 사실상 전쟁상황을 염두에 둔 법제 정비다. 한 나라가 자위의 수단으로 군대를 보유하고, 외적의 침략위협에 대비하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우리가 그 법제에 비상한 관심을 갖는 것은 '군사대국 일본'이 초래할지도 모를 해악 때문이다. 이웃나라 국가원수를 불러들여 놓고 보란 듯이 그 법제들을 처리할 것인지, 연기할 것인지 한국인들은 눈을 크게 뜨고 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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