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노인들은 모두 어디서 시간을 보내는가?얼마 전 외국 영화 '네버 투 레이트' (Never Too Late)를 보며 우리나라 노인들의 생활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영화에선 노년기에 컴퓨터를 배워 해킹까지 할 정도로 실력을 갖춘 여주인공이 등장한다. 그녀는 휠체어를 타고 다니지만, 독립적으로 생활을 잘 해나가고 있는 노인으로 그려지고 있다. 저소득층 주거지역에 사는 주인공은 자동 휠체어를 타고 혼자 활발히 다닌다. 영화에는 젊은 사람이 스포츠카를 몰듯이 자동 휠체어를 빠르게 작동하며, 가로에서 집으로 한번의 장애도 없이 쏜살같이 달려 들어가는 장면이 있다. 젊은 시절 자동차 문화에 익숙한 사람들이 늙어 거동이 불편해지더라도 속도를 즐기던 젊은 기분은 그대로일 거라는 생각을 떠올리게 한다.
이런 생각을 하다가 우리 도시 환경을 돌아보면 정말 마음이 아프다. 주택가는 보도가 없어 젊은이조차 걷기가 무섭다. 대로의 건널목은 파란 불이 들어와 건너기 시작하면, 바로 깜박이는 신호등으로 바뀌어 불안해 길 건너기도 편치 않다. 그나마 보도가 있어도 시공 불량으로 울퉁불퉁해 휠체어가 다니기에는 매우 불편하다. 그래서 도시 공공 공간에서 노인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걸까.
유럽이나 미국을 여행하면 거리, 카페, 공원, 쇼핑센터 등 도시 공간 어디에서든지 노인들이 젊은이들과 섞여 공공 공간을 자유롭게 즐기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우리는 다르다. 쇼핑센터, 식당, 카페, 어디에서도 노인들은 거의 없다. 어쩌다 만나는 노인은 이방인으로 간주된다. 도시 공공 공간을 자유롭게 활용하지 못하고, 그저 집안에서 감금 아닌 감금의 상황으로 활동에 제약을 받고 있는 것이 우리 노인들의 생활 실태이다. 노인 공경을 자랑하는 사회의 도시 공간 사용 구조라 볼 수 없다. 노인 공경 방법은 사회 변화에 따라, 당시 노인의 요구에 따라 적절히 변화하여야 한다.
고령화사회에 접어든 이때 국가차원에서 노인을 위한 생활환경을 준비해야 한다. 아파트 노인정이 있지만 제대로 사용되지 않는다. 건축법에 따라 지어졌지만 노인들에게는 무용지물이다. 다시 생각해야 한다. 신도시만 해도 은퇴한 노부부 가구가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노인을 위한 도시설계 요소는 고려되지 않았다. 노인들이 집을 벗어나 원할 때 자유롭게 도시 공간을 사용할 수 있도록 도시 기반 시설을 초기 단계부터 잘 계획하여 노후생활이 즐거운 복지도시를 준비해 나가야 할 시점이다.
김 혜 정 명지대 건축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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