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성질 죽이기 / 성질 한번 냈다가…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성질 죽이기 / 성질 한번 냈다가…

입력
2003.06.05 00:00
0 0

잭 니컬슨의 얼굴엔 늑대 한마리가 숨어 있는 것 같다. 그 놈은 때론 여우처럼 꼬리 치기도 하고, 때론 사자처럼 으르렁거리며, 토끼처럼 귀염을 떨기도 한다. 그에 비하면 아담 샌들러는 확실히 소시민적이다. 사랑하면서도 속앓이만 하는 소심한 가수('웨딩싱어')로, 일곱 누이들에게 닥달 당하는 소심한 남자('펀치 드렁크 러브')로 안성맞춤이었던 것을 떠올려 보면 그는 확실히 이 시대 초라한 어깨를 가진 남자의 상징이다.'성질 죽이기'(Anger Management)에서 두 사람의 '기' 싸움이 잭 니컬슨의 '한판 승'으로 결론이 나는 것을 보면 더욱 그렇다. 뼈 빠지게 일하며 제대로 대접도 못 받고, 대놓고 불평도 못하는 애완동물 의상 디자이너 데이브 버즈닉(아담 샌들러). 성질을 죽일 필요도 없는 이 남자는 짜증나는 일이 연속해 벌어진 비행기에서 '단 한번' 성질을 부렸다가 법원에서 화 다스리기 심리치료를 선고 받는다.

그의 담당 치료사는 버디 라이델 박사(잭 니컬슨). 라이델 박사가 24시간 치료를 해야 한다며 그의 집으로 들어와 눌러 앉으면서 데이브의 고민은 시작된다. 싱글 침대에서 홀딱 벗고 데이브에게 붙어 자는 것을 시작으로 회사에 와서 훼방 놓기는 예사. 버디가 데이브의 유일한 희망인 린다(리사 토메이)와 데이브 사이를 슬슬 이간질 하더니 마침내 대놓고 그녀에게 군침을 흘리기 시작하면서 데이브는 폭발 직전에 이른다.

아직도 수컷의 본능이 살아있는 요망하고 섹시한 노인의 역할로 잭 니컬슨을 능가할 사람이 있을까? 딱 한 번 실수로 '화 다스리기'가 아니라 실은 '화 돋구기' 프로그램에 강제로 걸려든 아담 샌들러의 애처로운 연기는 잭 니컬슨의 내공에 비하면 초라해 보인다.

화려한 카메오는 이 영화에 대한 기대감이 어떠했는가를 증명한다. 우디 해럴슨이 여장 콜걸로, 존 터투로, 해리 딘 스탠톤 등 배우는 물론 실제 '한 성질'하는 테니스 스타 존 매켄로가 화 다스리기 프로그램에 참여한 환자로, 성악가 로버트 메릴과 루돌프 길리아니 전 뉴욕시장이 양키스 구장의 마지막 장면에 실명으로 출연했다. 여기에 섹스 유머와 코믹한 대사가 적지 않지만, 웃음이 간헐적으로만 나오는 것은 영화의 설정이 지나치게 억지스럽기 때문이다.

데이브가 이 상황에 걸려든 것이 누군가의 '배려'에서 비롯했다는 결말에 이르면 허탈한 웃음이 나올 뿐이다. 억지 예의가 매너로 통하는 미국 사회에서는 반응이 뜨거웠지만 우리 팬들에게 얼마나 손짓할지는 미지수다. 지나치게 작위적인 상황 설정은 소중한 두 배우의 앙상블을 우려내는 데 실패했다. 감독은 '웨딩 싱어' '너티 프로페서2'의 피터 시걸. 5일 개봉.

/박은주기자 jup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