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미국 등 선진국과 체결한 불평등 조세협약이 20여년이 지난 지금도 개정되지 않아 외국인이 국내에서 얻은 소득에 대해 정당한 과세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일부 국내외 기업은 면세 등 조세협약 상 특혜조항을 악용, 해당 국가에 위장법인을 만들어 세금을 탈루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3일 재정경제부와 국세청에 따르면 미국의 연예·체육인이 한국에서 벌어들인 수입에 과세할 수 없도록 된 조세협약은 미국의 무성의로 5년이 넘도록 고쳐지지 않고 있다. 1979년 발효된 한·미조세협약에 따르면 미국의 연예·체육인은 국내에서 수입을 올릴 경우 개인자격이면 소득의 22%(주민세 포함)를 원천징수 당하지만, 미국법인 소속일 경우 세금을 내지 않는다.
지난해 12월 예술의 전당에서 독창회를 가진 미국의 유명 소프라노 제시 노만은 수십만 달러의 개런티를 받았으나 미국 기획사 소속으로 방한해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았다. 96년 11월 단 2회의 공연을 통해 200만 달러(당시 한화 16억4,000만원)의 수입을 올린 미국의 팝가수 마이클 잭슨도 면세혜택을 받았다.
올 여름 내한공연이 예정된 미국 팝가수 머라이어 캐리도 1회 공연 개런티가 50만 달러지만 소속사인 윌리엄 모리스사 소속으로 무대에 설 예정이어서 공연 때마다 11만 달러의 세금이 증발될 것으로 보인다.
국세청 관계자는 "미국과 불가리아를 제외한 다른 나라의 경우 개인은 물론 법인소속에 대해서도 과세할 수 있는 근거조항이 마련돼 있다"며 "최근 국내에서 단기간 활동하고 거액의 돈을 벌어 나가는 미국인들이 법인소속으로 위장해 탈세 하는 사례가 많다"고 지적했다.
말레이시아의 조세피난처인 라부완이나 아일랜드 등 면세 특혜조항이 있는 나라의 조세협약을 이용한 탈세도 극성이다. 정부가 91년 각종 이자와 로열티에 대해 비과세 하는 내용의 조세협약을 아일랜드와 체결한 이후 일부 국내 기업이 아일랜드에 이름뿐인 법인을 세워 국내에 역투자 하면서 실질적인 탈세를 하고 있지만, 조세협약에 따라 과세가 불가능한 실정이다. 다국적 기업 C사는 국내 지사에 자금을 빌려주면서 이자소득이 면세되는 아일랜드 페이퍼컴퍼니를 이용, 수백 억원의 이자소득에 대한 원천세를 탈루한 사실이 적발되기도 했다.
1983년 말레이시아와 조세협약을 맺으면서 라부완에 대해 예외조항을 두지 않아 이 곳을 통해 들어온 자본소득에 대해서도 과세를 못하고 있다. 국세청 관계자는 "일본의 경우 말레이시아와 조세협약을 맺으며 라부완에는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는 예외조항을 두었다"며 "우리는 협약체결 당시 그런 사실을 잘 몰라 그냥 지나치는 우를 범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현재 55개국과 조세협약을 맺어 외국인이 국내에서 얻은 소득에 대해 일정비율만 과세하거나 면세혜택을 주고 있다.
/고재학기자 goindol@hk.co.kr
김태훈기자 onewa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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