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로(言路)가 차단된 것이 가장 큰 어려움입니다."3일 조계종 총무원장 취임 100일을 맞아 기자회견을 가진 법장(法長) 스님은 가장 큰 걸림돌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그는 "잘 한다는 소리만 있고 잘 못한다는 소리는 없다"면서 "총무원 안에만 있으면 짜여진 틀에 갇히게 되는 것 같아 틀을 깨고 밖의 소리를 들어야겠다"고 덧붙였다.
법장 스님은 이날 '함께하는 종단, 신뢰받는 종단'이라는 자신의 슬로건을 구체화하기 위해 4년의 임기에 중점적으로 수행할 31개 종책(宗策) 과제를 발표했다. 원로·중진스님들 뿐만 아니라 재가신자 등 불교계 오피니언 리더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거쳐 의견을 수렴한 결과이다.
31개 과제 중 가장 먼저 꼽은 것이 간화선(看話禪)을 중심으로 한 수행 종풍(宗風)의 진작이다. 최근 선방뿐만 아니라 일반인 사이에서도 간화선의 위기가 거론되고 제3의 수행법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는 상황에 대한 대응책이다. 2006년 하반기까지 수행체계를 정립하고, 수행 지침서를 만들어 대중화를 유도한다는 구상이다.
스님은 "20세기에 우리는 개발, 발전을 명분으로 좋은 것은 취하고 나쁜 것은 버리며 물질생활 위주로 노력했지만 여전히 불만족스럽다"며 "21세기에는 이런 생각을 바꿔 좋고 나쁜 것을 모두 수용해야 하며, 이것이 바로 한국 불교의 선(禪) 사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비구니 스님의 위상 강화 방안으로 총무원과 포교원, 종회 등 중앙종무기관과 본·말사에서의 소임 확대, 비구니 사찰 지정 제도화 등을 내년 하반기까지 마무리하기로 했다. 스님들의 노후 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승려노후복지기금과 시설 설치, 불교종합사회복지센터 설립, 대정부 종책 자문기구 설치 등도 과제에 포함됐다.
법장 스님은 효율적인 행정을 위해서는 제대로 된 청사진이 있어야 한다면서 전문가나 컨설팅 회사에 의뢰해 교육, 재정, 회계, 인사 등 종무 행정에 대한 마스터 플랜을 짜겠다고 덧붙였다.
/남경욱기자 kw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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