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도하부대와 국군정보사령부 등 군부대 2곳을 경기 성남시 청계산으로 옮기는 문제를 둘러싸고 주민, 환경단체, 성남시와 국방부가 4년째 갈등하고 있다. 청계산 자락이 개발제한구역 이어서 주민 반발이 적고 땅값이 저렴하다는 이유로 국방부가 이전을 추진하자 환경단체와 성남시 등은 주민 생활 불편과 생태계 훼손 등이 우려된다며 반발하고 있다.군부대 이전계획과 성남시의 제동
국방부가 서울 금천구 독산동 육군도하부대를 이전하기로 결정한 것은 1999년 2월. 금천구가 도하부대 부지에 신청사를 짓겠다며 이전을 정식 요구한 것이 발단이었다.
국방부는 한강 도하 담당 부대가 서울 시내에 계속 주둔하면 교통체증 때문에 기동성이 떨어질 것으로 판단, 거리는 멀어도 경부고속도로, 서울외곽순환도로를 통해 한강으로 신속하게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며 성남시 수정구 금토동 청계산 자락으로 이전키로 했다.
이듬 해에는 성남시에 청계산 자락 20만평에 부대를 짓겠다는 행정절차 이행 건의서를 냈다. 그러나 성남시는 국방부가 건의서를 내기에 앞서 미리 시와 협의해야 하는데도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며 행위허가를 내주지 않는 등 각종 행정절차를 9차례나 반려했다.
성남시가 행정절차 이행을 계속 거부하는 가운데 2001년 5월 지자체의 허가를 받지 않아도 실시계획공고를 할 수 있게 관련 법 시행령이 개정되자 국방부는 한달 후인 6월 도하부대 이전에 관한 실시계획을 자체 공고했다.
이후 국방부는 한국토지공사를 통해 토지매입을 추진했으나 성남시는 행정소송을, 금토동 주민들은 국방·군사시설사업 실시계획 승인처분 취소소송을 각각 냈다. 소송이 아직까지 법원에 계류돼있어 국방부의 토지 매입은 중단된 상태다.
국방부는 서초구에 위치한 국군정보사령부도 청계산 금토동으로 이전키로 하고 2002년 8월 그린벨트 관리계획 변경협의를 성남시에 신청하고 올 3월 교통영향평가서 심의를 의뢰했으나 시는 지난달 15일 그린벨트내 관리계획 선행미비 등을 내세워 역시 반려했다.
시 관계자는 "성남에는 이미 11개의 군부대가 들어서있고 서울공항 안에 있는 군부대로 인해 주민들이 30년간 고도제한조치를 받는 등 피해를 보아왔다"며 "군부대가 더 이상 들어서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시민단체와 주민 반발
시민단체의 반발도 거세다. 성남환경운동연합 등 16개 단체로 구성된 성남사회단체연대회의는 최근 성명서를 통해 "군부대 이전으로 대규모 벌목이 이뤄지면 서울 서초구와 경기 성남, 과천, 의왕시의 경계에 위치한 수도권의 허파 청계산의 생태계가 파괴되고 인근 지역이 황폐한 공해도시가 될 것"이라며 "국방부는 계획을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성남사회단체연대회의의 한 관계자는 "국방부는 금천구, 서초구 등 금싸라기 땅에 위치한 기존 부대를 옮김으로써 막대한 차익을 남기는 '땅장사'를 하려 한다"며 "한강을 넘는 것을 주임무로 하는 도하부대를 한강에서 20㎞나 떨어진 깊은 산 속으로 옮기는 것도 그같은 의도 때문"이라고 비난했다.
한편 청계산 주변 주민들도 청계산 녹지보존을 위한 주민대책위원회를 구성, 인터넷 사이트(www.cheonggye.or.kr)를 개설하는 등 청계산 지키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판교 신도시 북쪽에 위치한 금토동은 180여가구 500여명이 거주하고 있는 도시 근교 농촌마을로 땅의 대부분이 그린벨트여서 수도권에서는 드물게 생태계가 잘 보존돼 있다.
10만여종의 토종식물과 희귀식물의 군락이 서식하고 반딧불이와 참개구리 등을 볼 수 있으며 상류의 물은 1급수를 유지할 정도로 깨끗하다.
/한창만 기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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