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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저가 여행상품 쏟아져/"세부 3박4일 단돈 9만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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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저가 여행상품 쏟아져/"세부 3박4일 단돈 9만9,000원"

입력
2003.06.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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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파괴, 상상 초월5월부터 본격화된 여행상품의 가격 파괴는 필리핀의 휴양지 '세부'에서 절정을 이룬다. 중저가상품 전문여행사인 노랑풍선여행사(02―774―7744)와 해바라기투어(02―772―9595)는 최근 3박4일에 9만9,000원짜리 상품을 내놓았다. 서울-제주 왕복 항공권 가격에도 미치지 못하는 이 상품은 서울-세부 왕복 항공과 호텔 숙박, 간단한 관광과 휴양, 쇼핑 등의 일정으로 짜여져 있다. 평상시 이 상품의 가격은 50만원 내외여서 가격 붕괴란 표현으로도 부족한 셈이다.

이 상품이 등장하기 전 대표적인 초저가 상품의 행선지는 주로 태국이었다. 방콕과 푸켓을 방문하는 4박5일짜리 상품을 열린여행사(02―778―9800)는 14만9,000원, 롯데관광(02-399-2300)은 19만9,000원까지 떨어뜨렸다. 노랑풍선은 방콕 파타야 타이거주 산호섬 5일 관광 상품을 18만9000원에 내놓았다. 롯데관광의 김효중 이사는 "평상시태국 상품은 50만∼60만원이 기본인데 60% 이상 가격을 다운시켰다"며 "값을 싸게 받더라도 손님이 아예 없는 것 보다는 낫기 때문에 초저가 상품을 내놓았다"고 설명했다.

가격파괴 집중지대 동남아

초저가 상품은 필리핀 태국 등 동남아 지역이 타깃이다. 이 지역이 사스의 발생지인 중국의 영향권에 있긴 하지만 사스와는 무관한 곳이기 때문이다. 타이항공의 변우철씨는 "태국 등은 실제 사스의 주피해 지역이 아닌데도 사스 여파로 덩달아 피해를 본 국가일 뿐 지금 관광하기에는 무리가 없다"고 말한다.

대표적으로 필리핀과 태국 여행상품 가격이 많이 싸졌지만 다른 국가들로도 여파가 미치고 있다. 열린여행사의 태국,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4박5일짜리 상품은 29만원, 롯데관광의 베트남 캄보디아 앙코르와트를 찾는 4박5일 상품도 50만원대까지 떨어졌다. 또 해바라기투어는 호주와 뉴질랜드 북섬, 인도네시아 발리를 찾는 10박12일짜리 상품을 49만9,000원에 내놓았다. 모두 사스 여파가 미치기 전 가격의 50% 이상 내린 가격이다. 하나로항공(02-734-3100)도 일본 도쿄를 3일간 방문하는 '밤도깨비'투어상품을 32만9,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반면 중국 홍콩 대만 등은 가격에 관계없이 찾는 관광객이 거의 없어 여행 상품이 아예 없는 경우가 많다.

바닥 모르는 항공권 가격

여행객이 급감하자 항공사들도 파격적인 조건의 할인 항공권과 마일리지 혜택을 다양하게 내놓고 있다. 항공권만 달랑 끊어 자유여행을 즐기고 싶은 이들에게는 좋은 기회이다.

아시아나항공(1588―8000)은 7월4일까지 일본과 동남아 노선을 대상으로 왕복 항공권을 제공하는 마일리지 공제 폭을 대폭 줄인다. 이 기간에 한일 구간은 1만5,000마일, 사이판 방콕 호치민 등 동남아 구간은 3만마일의 마일리지만 있으면 왕복 항공권을 받을 수 있다. 종전에는 한일 구간은 3만5,000마일, 동남아 구간은 4만5,000마일이 있어야 했다.

캐세이퍼시픽항공(02―311―2800)은 6월까지 유럽과 호주 왕복 항공료를 80만원에서 65만원으로, 홍콩 대만 구간 항공료를 40만원에서 30만원으로 각각 낮춰 판매한다. 에어캐나다(02-3788-0134)도 밴쿠버 노선 티킷을 95만원에서 85만원으로 내렸다.

루프트한자항공(02―3420―0400)은 유럽의 명소를 경제적인 가격에 둘러보는 '디스커버 유럽'의 6월 목적지로 영국 런던을 선정하고 이코노미석을 80만원에 내놓았다. 종전 가격은 135만원. 싱가포르항공(02-755-1226)의 방콕 항공권은 30만원, ANA(02-752-1160)항공과 JAL(02-757-1711)의 도쿄 왕복항공권은 20만원선이다.

/박원식기자 parky@hk.co.kr

'그렇게 싼데 과연 믿을 수 있나?'

초저가 여행상품을 보는 일반인들의 궁금증이다. IMF나 9·11테러 직후에도 초저가 상품이 선보였지만 현지에서 과다한 팁요구, 쇼핑, 옵션 부담 등의 이유로 여행사와 고객간 마찰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의 초저가 상품은 IMF 직후처럼 일부 중저가 전문여행사에 국한되지 않는다. 여행객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0% 가까이 줄어드는 등 여행경기 불황이 워낙 심각해 업계 수위를 다투는 롯데관광을 비롯, 주요 항공사 등 여행업 전부문이 출혈경쟁에 뛰어들었다.

노랑풍선의 고재경사장은 "불필요한 마찰을 피하기위해 계약 과정에서 호텔의 수준, 관광 코스, 옵션투어의 내용과 요금 등을 미리 확인해보는 것이 필요하다"고조언한다. 보통 옵션 여부에 따라 여행 요금이 10만원 이상 차이가 난다.

어안이 벙벙한 초저가 여행상품이 나오는 가장 큰 이유는 한마디로 손님이 없어서다. 어차피 비행기는 뜨게되고 호텔도 문을 여는 만큼 돈에 앞서 사람을 유치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고객과 항공·호텔의 중간자인 여행사 역시 마찬가지 입장.

최근 항공사들은 항공권 가격을 크게 낮춰 여행사에 팔고 있다. 예전 같으면 30만원 이상 받는 요금이 10만원 내외로 떨어졌다. 이는 물론 여행사에게 단체를 대상으로 파는 요금. 개인들에게 파는 요금도 내리기는 했지만 여행사에게 도매로 파는 요금보다는 당연히 비싸다. 덩달아 현지 호텔들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요금 인하 만이 해결책일 뿐이다.

여행상품의 파격적인 가격인하에는 여행사와 항공사 간의 특별한 관계도 작용한다. 즉 일부 항공사와 일부 여행사는 긴밀한 업무협력 및 제휴관계를 갖고 있는데 최근처럼 어려운 시기에 특별히 할인된 항공권 가격을 거래 여행사에만 집중적으로 배정하는 경우다.

여행사 입장에서 실적이 중요하다는 것도 변수다. 비수기에 고객 유치 실적을 쌓아야 성수기에 좌석 배정을 많이 받을 수 있기 때문. 해바라기투어의 황길섭 본부장은 "초저가상품 판매는 여행사입장에서 울며 겨자먹기"라며 "지금 당장 돈을 벌기 보다는 곧 세월이 좋아질 때를 대비해 우선 살아남아야겠다는 의지의 표출"이라고 말했다.

/박원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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