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2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국민을 향해, 또 언론을 향해 "이중성을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대통령이 TV에 자주 나와 활발하게 말하는 것에 거부감이 없으면서 우리는 대통령이 자주 나오면 '너무 자주 나온다'고 지적을 많이 한다"고 불만을 토로하면서 한 말이다.그러나 이렇게 질타에 가깝게 이중성을 문제 삼던 노 대통령이 정작 자신의 거친 화법을 해명할 때는 전혀 다른 잣대를 들이댔다. 노 대통령은 "지도자의 말이 보도하기에 적절하지 않다면 적절하게 걸러온 것이 지금까지의 관행이었다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분명 국민을 향해선 '탈권위'라는 미래의 문화를 얘기하다가 자신에 대해선 적절히 걸러주는 관행, 즉 과거의 문화로 돌아간 것이다. 실재 여부에 관계없이 관행에 대한 향수를 말한 것이라면 그야말로 이중잣대라는 지적이 나올 수 밖에 없다. 걸러준다는 것 자체가 노 대통령이 지향하는 언론과의 건전한 긴장관계에 적합한 것이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노 대통령은 또 "적절한 여과는 물론 반어법·역설적 표현에 대한 포괄적 진의 파악도 언론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듣는 사람에게 오해의 여지가 없도록 가장 정확한 논리와 표현을 선택하는 것은 대통령의 책임이라는 반론도 가능하다. 심지어는 자기 쪽 사람에게는 관대하고 이른바 코드가 안 맞는 쪽에는 상대적으로 엄격한 이중 잣대가 노 대통령 측근들의 공통된 특징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탈권위의 문화', '토론의 문화'에 대해선 이견이 있을 수 없다. 그런 방향으로 가야 한다. 그러나 그것을 위해서는 노 대통령부터 긴장과 절제를 생각해야 할 것이다.
고태성 정치부 차장대우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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