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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숲 이야기/ 삼척 죽서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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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숲 이야기/ 삼척 죽서루

입력
2003.06.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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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동팔경은 대관령의 동쪽인 동해안 지방의 명승지로서 통천의 총석정, 고성의 삼일포, 간성의 청간정, 양양의 낙산사, 강릉의 경포대, 삼척의 죽서루, 울진의 망양정, 평해의 월송정을 일컫는다.고래로 관동지방을 유람하는 사람은 반드시 이 팔경을 꼽는데 유일하게 강가에 자리잡은 죽서루가 그중 으뜸이라 조선조 숙종, 정조를 비롯한 수많은 묵객들이 이를 노래했다.

죽서루는 관동팔경으로 꼽히기 이전에도 오랜 역사를 지녔는데 용문(龍門)바위가 그 징표다. 용문바위는 죽서루 동쪽에 있는데 직경 60㎝에 달하는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다. 이 구멍은 신라 제30대 문무왕이 호국용이 되어 동해바다를 지키다가 어느 날 삼척의 오십천에 뛰어들 때 뚫고 지나간 흔적이라는 전설을 안고 있다.

죽서루는 삼척 시내에 있어 버스터미널에서 미로 방면으로 걸어가면 불과 10분이면 다다를 수 있다. 삼척 시내를 관통해 동해로 흘러드는 오십천의 북쪽 편은 석회암 단애로 경계 지어 지는데 그 절벽 위 숲속에 자연석을 기초로 하여 죽서루(竹西樓)를 세웠다. 그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경내에는 오죽이 많다. 고려 충렬왕 때 두타산에 은거한 이승휴가 처음 세워 그 역사가 900여 년에 이르는 만큼 삼백여 년 된 고령의 회화나무가 세 그루 있다.

회화나무는 600여년 전 중국에서 들여온, 왕실의 권위를 상징하는 나무로서 중국에서도 자금성 가장 안쪽에서 볼 수 있다. 또 우리나라 자생종인 느티나무 노거수가 군데군데 자라고 있다. 그리고 느티나무 씨앗이 떨어져 자란 듯 작은 나무들이 용문바위 틈새에까지 자란다. 느티나무는 봄철의 신록과 여름철의 녹음, 가을철의 단풍과 겨울철의 가지에 쌓인 잔설에 이르기 가지 계절에 따라 다양한 색채와 느낌을 주는 나무이다. 이러한 이유로 흔히 정자목으로 이용되며 관아나 사찰, 마을 어귀에 심겨졌다. 죽서루도 관아에서 손님을 접대하기 위한 정자의 역할을 했으므로 느티나무를 심었다. 20m에 달하는 큰 회화나무, 느티나무와 오죽 숲을 바탕으로 죽서루 경내는 정원 양식으로 가꾸어 놓았다.

정문을 들어가면 계단 좌우에 향나무, 주목이 정형미를 갖추고 오죽이 조그마한 숲을 이루고 있으며 큰 느티나무가 있다. 누각 바로 앞에는 축대 위에 모란을 군상으로 심어 놓아 벚나무와 조화를 이루고 있다. 왼쪽으로 가면 용문바위가 나오는데 오죽 숲이 담을 이루며 담쟁이덩굴이 바위를 덮고 절벽의 가중나무와 아까시나무가 가지를 뻗치며 죽서루 오른편 정철가사비 주변에는 향나무, 목련, 가중나무, 무궁화 등으로 우거진 숲이 있다. 은행나무와 개잎갈나무가 하늘을 찌를 듯한 기세로 자라고 있음은 물론이다.

죽서루 누각에는 '관동제일루(關東第一樓)', '제일계정(第一溪亭)' 등의 편액과 함께 수많은 글들이 걸려 있는데 모두 한자로 되어 있어 해석은 차치하고 거의 읽을 수 없는 지경이다. 중국 과학자와 동행했을 때 우리 문화를 소개하기는커녕 오히려 설명을 들어야 하는 부끄러움을 당한 적이 있다. 한자문화권에 속해있던 우리 조상들과는 다르게 오늘을 살아가는 한글세대들을 위해서는 죽서루를 보다 자세히 보면서 탐방할 수 있는 간단한 안내서가 필요함을 느낀다.

임 주 훈 임업연구원 박사 forefire@foa.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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