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네덜란드 동남부에 위치한 아인트호벤 시청앞 광장은 온통 흥분의 도가니였다. 흰색 바탕, 빨간 줄무늬의 PSV아인트호벤 유니폼을 입은 1만여 시민들은 선수단을 태운 대형오픈카가 도착하자 끊임없는 환호와 응원 구호를 외치며 축제 분위기를 자아냈다. '태극 전사' 이영표(26) 박지성(22)을 비롯한 선수들이 시청 2층 발코니에 올라서 네덜란드리그 우승트로피를 치켜올리자 시민들의 함성이 광장을 뒤덮었다.17번째 자국 리그 제패
자국 리그 17번째 제패. 더구나 이날의 우승은 지난해 월드컵 4강신화의 주역 거스 히딩크 감독과 이영표, 박지성이 함께 일궈낸 쾌거여서 국내 축구팬들에게도 뜻깊게 다가섰다.
1913년 창단된 PSV는 아약스와 '쿠키' 송종국(24)이 뛰고 있는 페예노르트 등과 함께 네덜란드 3대 명문 중 하나. 자국 리그 17회와 함께 네덜란드왕립축구협회컵(FA컵) 7회 우승 등 관록을 지닌 PSV는 히딩크 감독 지휘아래 88년 유럽 챔피언스리그 정상을 차지, 세계적인 구단으로 급부상했다.
미드필더 반 봄멜, 스트라이커 케즈만, 롬메달 등이 키플레이어다. 허정무 전 국가대표팀 감독이 80년부터 '융무 허'로 이곳에서 뛰어 국내에도 이미 알려져 있는 명문팀이다.
조직적인 훈련 및 스카우트 시스템
PSV의 성공 비결은 과연 뭘까. 한국의 월드컵 4강에 그 비결이 숨겨져 있다. 히딩크 감독이 지난해 한국 대표팀에 도입했던 체력강화 및 비디오 분석 등을 골자로 한 과학적이고 조직화된 시스템 관리가 바로 그것. PSV의 체력증강 파워 프로그램과 비디오 분석시스템은 유럽팀 중에서도 가장 효율적이고 현장 중심적인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훈련은 오전 10시부터 2시간 동안 필립스 구장에서 5㎞떨어진 숲속에 위치한 헤르트강 트레이닝 센터에서 실시된다. 훈련 내내 히딩크 감독의 진두지휘아래 선수들은 전술과 개인기를 닦는다. 개개인의 체력단련과 비디오 분석은 전문 트레이너에 의해 진행된다.
또 다른 비결은 스카우트 제도. 5∼6명의 전문 스카우트를 두고 각국 리그의 숨은 인재들을 발굴해 최고의 스타로 키워 빅리그에 이적시키는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세계적인 스트라이커 호나우두(레알마드리드)와 90년대 중반을 풍미했던 호마리우(37·브라질), 잉글랜드리그 '득점기계' 루드 반 니스텔루이(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등이 이곳을 거쳐 세계적인 스타 플레이어로 거듭난 선수들이다.
페드로 살라자르 휴이트 홍보책임자는 "PSV의 강점은 조직화된 훈련과 스카우트 시스템"이라며 "유소년 시스템 또한 PSV의 최대 무기"라고 강조했다.
잘 짜여진 유소년 시스템
PSV는 스페인 이탈리아 잉글랜드 등 빅리그 소속 팀에 비해 재정적인 면 등에서 앞서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녹록치않은 여건에도 불구하고 조직화된 유소년 시스템을 통해 끊임없이 새피를 수혈하면서 명성과 실력을 유지하고 있다.
8∼18세 두살 터울로 조직된 12개 유소년팀이 PSV의 젖줄이다. 2군격인 18세 이하팀 중 1년에 단1명만이 1군팀으로 승격할 수 있을 정도로 엄격한 관리를 받고 있다.
한일월드컵 당시 한국팀 코치를 맡았던 핌 베어벡 유소년 클럽 감독은 "지역 아마추어 48개 클럽에서 연령별로 어린 선수들을 선발하고 있다"며 "이곳에선 다른 클럽들과 달리 포지션별로 전문적인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인트호벤=박희정기자 hj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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