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시간강사로 일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젊은 연구자가 자신을 '상자 속의 사나이'라고 표현했다. 월 200만원도 안되는 수입으로 부인, 일곱살 난 딸과 함께 살아온 그의 자살원인은 생활고와 보장 없는 장래에 대한 절망감이었다. 최근 교수 임용에서 탈락해 우울증이 겹쳤고, 카드빚과 대출금 이자가 늘어나 어려움이 더욱 커졌다. 그가 처한 상황은 어느 곳에도 출구가 보이지 않는 상자 속이나 다름 없었다.그렇게 하루하루를 연명해 가는 시간강사들은 너무도 많다. 우리나라 대학들은 절대적으로 시간강사에 의존하면서도 처우 개선은 하지 않고 있다. 특히 교양학부의 강의는 70% 가까이를 시간강사에 맡기는 대학도 있다. 그런데도 겨우 시간당 1만 7,000∼4만원을 주면서 잡무까지 떠맡긴다. 모든 악조건을 감수하고 몸 바쳐 일한다 해도 특별한 연줄이 없으면 전임교원이 된다는 보장이 없다. 방학이 되면 쥐꼬리만한 수입도 없어지니 다른 일을 할 수밖에 없다. '상자 속의 사나이'라는 말은 자신들을 보따리장수로 비하해 온 시간강사들의 보편적인 절망감을 반영하고 있다.
대학이 시간강사들의 지력과 노동력을 착취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교수직에 비해 구직자들이 훨씬 많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언제까지나 이런 식으로 방치할 수는 없다. 학생수가 줄어들어 대학 자체의 존립이 어려워지는데 시간강사 문제가 대수냐고 할지 몰라도,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학문 후속세대의 단절은 더 심해질 것이다. 산학협동이나 연구 프로젝트의 혜택이 거의 없는 인문학 분야가 특히 걱정이다. 이미 대학원 미달사태가 매년 되풀이되고 있지 않은가.
시간강사들은 급여 인상과 계약기간 변경을 통한 고용불안 해소, 4대 보험 가입혜택, 임용과정 투명화 등을 요구하고 있다. 교육부와 대학이 함께 대책을 세워야 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