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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진의 할리우드 통신 / 해적판과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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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진의 할리우드 통신 / 해적판과의 전쟁

입력
2003.06.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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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도 '매트릭스2'의 캠버전이 영화가 극장에서 상영되기도 전에 등장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해적판 문제는 세계적인 것이지만 가장 큰 손해를 보는 나라가 할리우드가 있는 미국이다. 미 영화협회(MPAA)에 따르면 할리우드가 해적판 때문에 입는 연간 손실액은 무려 35억달러에 달한다. 그래서 지금 주요 영화사들은 MPAA와 함께 이를 봉쇄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스튜디오가 해적판 복사의 근원 중 하나인 각종 시사회 참석자들에 대해 검색을 부쩍 강화, 비평가들을 위한 시사회에 가는 일이 번거로워졌다. 사실 시사회 참석자들에 대한 검색은 9·11 테러 직후부터 강화됐다. 테러리스트들이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를 다음 목표로 꼽고 있다는 정보 때문이었다. 폭스, 소니, 파라마운트 등 메이저들은 정문 입구를 통과하는 시사회 참석자들의 사진 있는 신분증을 일일이 초대장과 대조하고야 들여보낸다. 폭스 스튜디오에 들어가려면 콘크리트 장애물 사이를 마치 운전시험 치르는 사람처럼 통과해야 한다. 차 트렁크 조사는 기본이다.

그런데 두어달 전부터 이 까다로운 시사회 참석자에 대한 검색이 더욱 번거로워졌다. 3월18일 할리우드의 한 극장에서 워너브라더스(WB)의 공상과학 공포영화 '드림캐처' 시사회가 열렸을 때의 일이다. 영화사 직원이 참석자들에게 일일이 핸드폰이 있으면 차에 놓고 오라고 일렀다. 시사회장 입구에 다다르니 경비원들이 공항에서 하듯 전자봉으로 참석자들의 몸을 샅샅이 훑고 소지품 검사까지 한 뒤에야 입장시켰다. 이런 절차 때문에 시사회는 예정 시간보다 30여분 늦게 시작됐고, 시사회 시작 전 영화사 직원이 "오늘의 까다로운 검색은 시사회에서 발생하는 해적판 촬영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알려주었다. 각종 시사회가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캠코더에 의한 해적판 복사장이 돼 가면서 메이저들은 해적판 방지 전담직원까지 두고 있는데 지난해 5월 이후 지금까지 MPAA에 의해 적발된, 극장상영 이전에 나온 해적판만도 28편에 이른다.

이 중에는 올해 니컬 키드먼이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탄 '디 아워스'와 저우룬파가 나온 '방탄승려' 등이 들어 있다. 2일 개봉된 공상과학 액션영화 '엑스맨2'는 해외 개봉을 미국보다 늦게 할 예정이었으나 해적판 유통이 두려워 93개국에서 같은 날 개봉했다. 5월 8일 LA 인근의 WB 스튜디오 내 극장서 있었던 '매트릭스2' 시사회는 두 번의 신분증 조사와 두 개의 금속탐지기 통과도 모자라 손목에 초록색 인식표까지 차고서야 참석할 수 있었다. 최근 메이저들은 시사회 초청장에 일종의 경고문을 첨부하고 있다. '시사회는 무허가 녹화를 막기 위해 감시됩니다. 어떤 형태로든 레코딩을 하다가 적발되면 기계를 몰수하고 당사자는 극장에서 퇴장시킬 것입니다. 그리고 형사 및 민사소추의 가능성이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시사회 중의 감시는 영화상영 내내 경비원이 적외선 망원경으로 관객을 지켜보는 것이다. 비평을 위해 영화 보는 일이 마치 교도소 영화 감상처럼 돼 버렸다.

/LA미주본사 편집위원·LA영화비평가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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