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인들의 스포츠 축제는 올림픽과 월드컵만 있는 것이 아니다. 게임을 즐기는 전세계 청소년들의 축제는 '월드사이버게임즈(WCG)'다. 이 WCG를 운영하는 인터내셔널사이버마케팅(ICM)의 정흥섭(48·사진) 사장은 제일기획 미주 지사장과 법인장을 지내던 시절의 경험을 살려 지구 곳곳을 누비고 있다.2000년 10월 처음 개최된 WCG는 올해 10월 서울에서 4회 대회를 연다. 정 사장은 불과 3년 만에 규모가 크게 확장된 것을 1차적인 성과로 꼽았다. "1회 대회에는 17개국 게이머들이 참가했지만 올해 대회에는 56개국으로 크게 늘어났습니다. 예선 참가인원도 1회 때는 2만 명에 불과했지만 이번에는 60만 명으로 늘어날 겁니다."
정 사장은 처음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던 외국 정부가 적극적인 지원에 나선 것을 더 큰 성과로 지목했다. 러시아, 중국, 프랑스, 말레이지아, 호주 등 11개국의 경우 정부가 WCG 참가자들을 직접 지원한다는 것이다.
"몇몇 저개발국가의 경우는 1등 상금 2만 달러를 노리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국가는 자국의 정보기술(IT) 산업 발전과 긍정적인 청소년 놀이 문화 형성을 위해 지원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중국은 문화예술부의 적극적 독려 아래 전국 12개 성에서 벌어지는 예선전을 CCTV가 중계 방송할 정도로 WCG에 대한 관심이 높다. 뿐만 아니라 밀란(이탈리아), 샌프란시스코, 싱가포르, 시드니, 베이징, 런던 등은 다음 번 WCG를 개최하는 호스트 시티가 되겠다고 신청해 왔다. 이에 따라 ICM는 내년부터 WCG 경기를 국내 도시가 아닌 해외에서 여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게임업계에서는 운영 미숙 등의 여러 문제점을 노출하기도 했지만 WCG가 한국의 위상을 높이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보고 있다. 한국을 '게이머들의 천국'이라고 생각하며 오는 외국인 게이머들이 매년 늘고 있으며 프랑스의 베르트랑 선수는 아예 한국에 정착해 프로게이머 생활을 즐길 정도다.
장 사장의 꿈은 WCG가 전세계 청소년들의 대표적 축제로 자리잡는 것이다. 그는 "이탈리아에서 아동 학대와 청소년 마약 금지 등을 홍보하는 공익단체가 WCG 예선전을 통해 엄청난 효과를 봤다는 이야기를 듣고 정말 기뻤다"고 말했다. 정 사장은 앞으로도 WCG가 선정적, 폭력적 게임을 배제하고 청소년들의 건전한 게임문화를 만들어 나가는데 앞장서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최진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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