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를 졸업하고도 취업하기 힘든 시대다. 특히 여성 대졸자가 취업에 성공한다는 것은 하늘에 별따기 만큼 어렵다고 말한다. 그러나 통념에 도전해 새로운 영역에 도전한다면 기회는 언제나 열려있다. "그릇과 여자는 내돌리지 말라는 옛말도 있는데, 여자가 어떻게 영업을…" 이런 선입견을 깨는 당당한 젊은 세일즈우먼 3명의 일과 포부를 들어봤다.JW 메리어트호텔 이인희 씨
"빨리 성공하고 싶어 세일즈를 선택했죠. 인생이 원래 세일즈 아닌가요?"라고 당돌하게 말하는 JW 메리어트 호텔 판촉부 이인희(24) 사원.
이씨는 호텔내 여러 업무를 경험한 30대 남성들이 주로 맡아온 호텔업계 영업인력 중 막내다. 하지만 이씨가 입사 7개월만에 4,900개 객실을 판매해 10억 매출을 올리면서 주변의 시선이 달라지고 있다. 이씨는 "미국 코넬대학에서 호텔경영학을 전공할 때부터 세일즈를 하겠다고 결심했기 때문에 무조건 발로 뛰었는데, 다행히 성과가 나타나 정말 기쁘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 같은 성과 뒤에는 구슬땀과 한숨이 숨어있다. 약속한 고객에게 바람을 맞는 것은 일상사다. 게다가 세일즈맨의 기초 소양인 지리를 잘 몰라 항상 시내지도를 들고 다녀야 한다. "초등학생 때 미국에 건너가 대학까지 마쳤기 때문에 서울생활에 서툴러요. 하지만 길을 모를 땐 퀵 서비스 아저씨께 물어보면 잘 가르쳐주더군요."
"유학까지 하고서 왜 남에게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하는 세일즈를 하냐고 묻는 사람도 많죠. 그러나 저는 세일즈를 잘 하는 사람이 조직에서 가장 빨리 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의 꿈은 호텔 최고경영자가 되는 것입니다." 이씨의 당찬 포부다.
코레스코코리아 황선경 씨
"10년 동안 동대문, 남대문에서 장사를 했죠. 장사가 잘될 때는 월 1,000만원씩 벌 수 있었지만 어려울 땐 적자에 시달렸어요. 이래선 안되겠다 생각해 31살에 평사원으로 입사했습니다."
골프회원권 판매업체인 코레스코코리아 영업부에 늦깎이 신입사원으로 출발한 황선경(32)씨는 입사 1개월 만에 50명의 골프회원을 확보해 3억5,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그 성과로 바로 과장으로 승진할 수 있었다.
황씨는 자신만의 영업규칙을 갖고 있다. "절대 술 마시는 영업을 하지 않습니다. 그 대신 성공관련 서적을 많이 읽고, 골프관련 지식을 넓혀 고객과의 화제를 풍부하게 준비합니다." 일하면서 제일 맥 빠질 때는 한참 상품설명을 하고 있는데 '결혼은 했냐'는 식의 개인적 질문을 받을 때라고 한다. 그러나 여성 골퍼들이 늘어나면서 여성대상 세일즈가 많아져, 세일즈우먼의 영업 환경이 점점 유리해지고 있다고 말한다.
"고객을 나의 협력자라고 생각하죠. 골프는 혼자 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고객의 소개로 회원수를 늘리는 경우가 많습니다"라는 황씨는 "영업을 잘하려면 자사의 제품이 최고라는 믿음이 있어야 하고 이 믿음을 고객에게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국오라클 박수영 씨
한국오라클 서비스 영업팀 박수영(28)씨는 이제 3년차 영업사원이지만, 지난 2년간 매년 수십억원대 매출을 올려 사내의 최고 성과자로 뽑힌 '무서운 신예'다.
"이미 설치된 전산시설에 대한 보수와 개선 등을 담당하는 서비스 영업의 경우 여성의 섬세한 면이 고객들에게 더 믿음을 주는 것 같습니다. 고객을 만나기 전 고객관련 데이터를 분석해 고객의 요구를 미리 파악한 후 미팅을 갖습니다." 박씨는 영업직의 장점을 객관적인 매출성과에 따라 평가를 받는다는 점과 업무의 자율성을 꼽았다. "영업직은 비교적 객관적인 성과체계가 갖춰져 있기 때문에 자신의 업무 외 다른 일에 신경을 쓸 필요도 없으며, 보이지 않는 성차별이 끼어 들 여지도 적습니다. 남자 동기들에게 뒤쳐진다고 생각하는 여성 직장인들은 영업직을 지원해보세요."
박씨는 정보기술(IT)영업직에 도전하는 여성들은 지원하고자 하는 회사의 제품에 대해 미리 검토하고 관련서적을 읽고 시장동향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또 IT엔지니어처럼 전문적 지식을 가지고 있을 필요는 없지만, 고객이 회사 중요 의사결정권자이므로 "이 제품을 사용하면 어느 정도 비용절감이 된다"는 점을 설득할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은 갖추어야 한다고 말한다.
/정영오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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