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 화학상(1977년) 수상자이자 '복잡계 이론'을 주창한 러시아 출신 사상가 일리야 프리고진(사진)이 5월 28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별세했다고 뉴욕 타임스가 30일 보도했다. 향년 86세.프리고진은 비평형 열역학을 통해 이전까지 뉴턴 역학이나 양자론 등 주류 이론이 기초하고 있던 '아무런 변화가 없는' 평형 상태와 달리 '돌이킬 수 없는 변화'가 일어나는 비평형 상태가 자연계에서는 오히려 일반적임을 주장했다.
그는 이러한 비평형 상태에서 일어나는 비가역·비선형적 변화를 수학적으로 설명한 '복잡성의 과학'을 체계화하고 부분적으로 논의되던 카오스 이론을 통합, 복잡계 이론을 창시했다. 이 이론에 따르면 복잡계에서 일어나는 변화는 한 순간에 다수의 경로를 따라 일어날 수 있으며 그 변화가 거꾸로 일어나더라도 원상태로 되돌아갈 수 없는 경우도 생긴다. 그의 패러다임은 과거의 결정론적이고 기계적인 세계관에서 탈피해 확률론적인 입장에서 자연법칙을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79년에 펴낸 '혼돈으로부터의 질서'는 20여 개 국어로 번역돼 생물학에서부터 문학비평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논쟁을 일으키면서 인문·사회과학자들에게 데카르트의 결정론적 세계관의 대안으로 각광받기도 했다.
/김용식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