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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경쟁 "한국기업 첨병" 해외홍보 3인/"높아진 한국위상 절로 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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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경쟁 "한국기업 첨병" 해외홍보 3인/"높아진 한국위상 절로 힘나요"

입력
2003.06.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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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는 한국 기업의 모범적인 구조조정 사례(파이낸셜 타임즈 4월7일자)'최근 해외 유수 언론에 국내 기업을 다룬 기사들이 부쩍 많아졌다. 세계 최대 뉴스전문 채널 CNN에는 삼성전자가 제공하는 시보광고도 등장했다.

글로벌 기업 수준으로 위상이 올라간 국내 기업의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각 기업별로 뛰고 있는 해외홍보 담당자들의 노력 덕분이다. 실제로 삼성전자 시보광고 아이디어도 해외홍보 실무진에서 나온 것이다.

국내에 상주하는 외신 기자들은 물론, 수많은 해외 언론에 국내 기업의 일거수 일투족을 알리는 기업체 해외홍보 담당자들은 세계를 상대로 밤낮 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LG그룹에서 9년째 해외홍보 한 우물을 파고 있는 김수연(31) 과장이 출근하자마자 하는 일은 전자우편 열어보기. 보통 하루에 10여 건이 들어오는데, 최근 지주회사 출범으로 문의가 부쩍 늘었다.

전자우편 점검이 끝나면 곧바로 해외 신문과 잡지를 꼼꼼하게 살펴본 뒤 평소 알고 지내던 국내의 외신 특파원들에게 전화 해 그들의 관심사를 알아 본다. 물론 점심도 대부분 '관리' 차원에서 이들과 함께 먹는다.

김 과장은 "입사하자마자 회사 이름을 럭키금성에서 LG로 바꾸는 그룹 CI변경 작업에 참여한 이래 계속 정신없이 지낸 것 같다"며 "최근 진행되고 있는 그룹의 지배구조개선 노력을 외신이 좋게 평가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1998년부터 삼성전자에서 해외 홍보를 하고 있는 정득시(36) 과장은 올 초 독일서 열린 세빗 전시회의 감동을 잊지 못하고 있다. "기자회견을 마련하자 외신기자 350여명이 몰려왔어요. 참석한 기자들이 소니 기자회견 때보다 많이 왔다고 놀라더군요."

정 과장은 기자회견을 앞두고 특별한 '작업' 을 하지 않았다고 능청을 떨었지만, 그처럼 성황을 이룬 것은 정 과장을 비롯한 삼성전자의 해외 홍보담당자들이 물밑에서 발로 뛴 것이 한몫을 했다.

삼성전자는 위상 상승과 더불어 세계 각국에서 매일같이 취재 요청이 폭주하고 있다. 정 과장은 "취재 요청에 따라 회사 및 공장 견학 일정을 짜고 이들이 요구한 자료를 만들다 보면 어느새 하루가 가버린다"고 말했다.

우리말보다 오히려 영어와 불어가 더 유창한, 캐나다 교포 출신으로 대한항공에서 일하고 있는 낸시 박(29)은 6년차 해외 홍보담당자. 전자우편에 저장된 외신 기자들의 전자우편 주소만 400여 개가 넘는 마당발로 유명하다.

'한국을 알고 싶다'는 이유로 96년 연세대 어학당에 다니다 대한항공에 입사한 그는 "9·11 테러가 났을 때 한꺼번에 수백통의 전화가 걸려오는 등 업무가 폭주하는 바람에 며칠 동안 집에 들어가지 못한 것이 기억에 남는다"며 웃었다.

외국과의 시차 때문에 밤 늦게 또는 새벽 일찍 전화를 하는 일이 많고 두 달에 한번 정도 해외 출장을 다닐 만큼 눈코 뜰새 없이 지내고 있지만, 앞으로 항공 MBA 과정도 이수, 항공 분야의 홍보전문가로 활동할 계획이다.

이들이 어려움으로 꼽는 것은 한국 기업에 대해 왜곡된 시각을 갖고 있는 일부 외신 기자들에게 정확한 실상을 알리는 일. 또 최고경영자(CEO) 등이 쉽게 인터뷰에 응하지 않는 한국적 기업 현실을 이해시키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우리 기업이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는데도, 정작 해외에선 이를 모르고 있는 것 같아요. 요즘 한국에 오는 외신 기자들도 1970∼80년대 국내에 상주했던 선배들이 전해준 수준에서 한국을 이해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들은 또 "해외홍보 업무가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할 만큼 비중이 커졌지만, 한국의 경제 규모를 생각하면 아직도 초보적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한마디로 우리가 가진 만큼 제대로 알리지 못하고 있다는 아쉬움이다.

"국가 홍보나 기업 홍보를 일회성 이벤트나 광고 정도로 접근하는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중·장기적 전략에 따라 매체별 특성을 고려하는 특화·전문화가 이뤄져야 합니다." 민간 외교관인 이들의 충고다.

/박천호기자 tot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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