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청와대 인근의 삼계탕 집에서 진행된 노무현 대통령과 손길승 전경련 회장,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등 경제계 인사들과의 오찬은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경제 살리기'를 위한 정·재계의 단합을 도모하는 자리였다. 낮 12시부터 오후 2시20분까지, 예정시간을 40분이나 넘겨가면서 진행된 이날 오찬에서 노 대통령은 재계의 적극적인 투자를 요청하는 한편 재계의 요구사항인 불법 파업에 대한 엄정한 법집행을 약속했다.재계 인사들도 지난 달에 있은 노 대통령의 방미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26조원의 투자계획 과 해외홍보 계획 등으로 화답했다.
노 대통령은 먼저 "한미 정상회담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지만 경제 영역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은 다 여러분 도움의 결과"라며 방미 수행에 대한 고마움을 표시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방미 성과를 어떻게 발전시킬까 걱정하고 있었는데 좋은 투자계획을 발표해주셨다"며 최근 재계가 발표한 26조원 상당의 투자계획을 언급한 뒤 "모든 것에 자신감을 갖고 정부 정책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고 뭔가 가능하다고 시작할 때 좋은 성과가 있을 것"이라며 참석자들을 격려했다.
노 대통령은 특히 옆 자리의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약간 떨어져 앉도록 자리가 마련되자 의전 관계자를 불러 "사진에 서먹하게 나면 안되니까 회장님과 자리를 가깝게 해달라"면서 "가까이 있는 사진이 나가면 '뭔가 잘 되겠구나' 라고 국민이 안심할 것"이라고 말해 큰 박수를 받기도 했다.
손길승 전경련 회장은 인사말에서 "이번 미국 방문을 통해 특히 부시 미국 대통령과 우리 대통령 사이에 인간적 신뢰관계가 구축돼 국내외 투자자의 불안감이 없어졌고 새로운 투자의 계기가 됐다"고 평가한 뒤 "국내 유수기업의 CEO가 기업홍보단을 만들어 이달 중순에 뉴욕과 보스턴, 런던 등지에서 활동하기로 했고, 7월에는 한미 재계회의도 열릴 예정"이라며 향후 계획을 설명했다.
재계 인사들은 이어 노사문제와 카드채 문제 등 경제 현안에 대한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함을 호소했다. 특히 참석자들은 하나같이 "국내 기업은 물론 해외자본이 투자를 꺼리는 가장 큰 이유는 불안정한 노사관계 때문"이라며 "불법파업에 대해서는 필벌로 대응한다는 원칙을 보여달라"고 입을 모았다.
이준용 대림산업 명예회장은 "2007년으로 예정된 노조전임자제 폐지를 조기에 실시하고, 제조업체 부담을 고려해 주5일제 시행 여부를 기업 자율에 맡겨달라"고 요청했고, 일부 참석자들은 외자 및 첨단산업 유치를 위한 수도권 규제 완화와 한미 투자보장협정(BIT)의 조기 체결 등을 요청했다. 참석자들은 그러나 재벌개혁과 법인세 인하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는 모습이었다.
이에 대해 노 대통령은 "노사문제는 '대화와 타협'이라는 두 바퀴로 굴러가야 한다"며 "노사문제가 경쟁력을 해치는 것은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친노(親勞) 이미지를 불식시키려 노력했고, 사회를 본 김진표 경제부총리도 "카드채 문제 등 금융시장 불안 요인을 제거하는 방안을 관계 부처와 적극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오찬에서 노 대통령과 참석자들은 클린턴 정부에서 노동장관을 지낸 로버트 라이시 교수의 저서 '국가의 일'을 화두로 시장경제체제 하에서의 정부의 바람직한 역할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누기도 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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