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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처리 할려니… 안할려니… 특검 "정몽헌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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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처리 할려니… 안할려니… 특검 "정몽헌 고민"

입력
2003.05.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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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 등 대북송금 사건의 중심에 있는 현대 관계자들의 사법처리 수위를 놓고 송두환 특별검사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정 회장의 혐의는 다양하다. 일단 현대그룹이 도산 위기에 직면했던 2000년 6월 유동성 위기 극복 명분으로 지원 받은 은행 대출금을 이사회 동의 없이 북한으로 송금한 것은 명백한 배임으로 볼 수 있다. 관계당국의 공식 승인을 거치지 않고 북한에 돈을 송금한 것은 남북교류협력법에 저촉된다는 의견이 많은 가운데 국가보안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또 국정원이 직접 송금한 2억 달러 이외의 나머지 송금액의 경우 재경부장관 승인 등 송금절차를 어긴 것으로 알려져 외국환관리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다. 이밖에 대북송금 사실을 은폐할 목적에서 회계장부를 조작한 의혹 또한 이미 사실로 확정된 단계다. 김윤규 현대아산 사장, 김재수 전 현대그룹 구조조정본부장 등은 정 회장의 지시 또는 공모를 통해 대북 송금을 집행한 만큼 공범의 지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드러난 혐의가 비교적 명백함에도 불구, 특검팀의 결정은 쉽지 않아 보인다. 범죄사실만 놓고 보면 구속영장 청구가 불가피한 상황이나 이에 따른 국내외적 파장을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간판기업 중 하나인 현대의 총수를 구속할 경우 침체 국면인 경기가 더 곤두박질칠 우려가 있다. 앞서 SK그룹 분식회계 수사도 이 같은 이유로 주춤했었다. 현대의 대북사업을 비롯해 전반적인 대북관계가 흔들릴 가능성도 있다. 당장 북한 아·태 평화위는 29일 금강산관광 재개 발표와 함께 "정 회장과 김 사장을 빠른 시일내 금강산에서 만나려고 하며 이에 대한 남측 당국의 적극적인 협조를 기대한다"고 발표했다. 정치권 등에서는 "사실상 정 회장 구속에 대한 반대의견 개진"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대북 송금과 남북정상회담의 연관성이 분명해진 상황에서 일반 기업 비리를 단죄하듯 법적 잣대를 적용하는 것이 타당한지도 의문이다. 그러나 산업은행 대출의 책임을 물어 이기호 전 경제수석과 이근영 전 산은총재를 사법처리 한 마당에 엉뚱한 용도로 대출금을 사용한 정 회장에게 면죄부를 줄 명분은 없어 보인다. 특검팀 관계자는 "정 회장 사법처리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송금 개입 여부 수사와 함께 특검팀이 안은 가장 큰 난제"라며 "'구속 불가피론'과 '불구속 기소론'으로 내부 의견이 갈리고 있다"고 말했다.

/노원명기자 narzi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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