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컴, 보스턴.'김병현(24·사진)이 메이저리그의 명가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제2의 야구인생을 시작하게 됐다. 보스턴은 30일(한국시각) 내야수 세이 힐렌브랜드(28)를 내주는 조건으로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김병현을 영입하기로 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40만달러 vs 325만달러 김병현과 힐렌브랜드의 맞트레이드는 장부상 가치로만 따진다면 넌센스다. 김병현의 몸값이 325만달러인 반면 힐렌브랜드는 40만달러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투타 불균형에 시달려왔던 두 팀의 사정을 들여다보면 이번 트레이드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올들어 극심한 타격빈곤(리그 12위)에 시달리면서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4위로 추락한 애리조나로서는 타선의 리모델링이 절실했다. 힐렌브랜드는 올해 3할3리의 타율에 38타점을 기록한 강타자로 당장 애리조나 타선에 무게를 더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외에도 밥 브렌리 감독과의 갈등도 김병현의 트레이드를 재촉했다.
팀타율이 2할9푼2리로 리그 선두를 달리는 막강 화력의 보스턴에게는 부실 마운드의 보수공사가 시급했다. 아무리 방망이가 좋아도 4.92의 형편없는 팀 방어율(리그 11위)로는 반게임차까지 따라붙은 숙적 뉴욕 양키스의 추격을 뿌리칠 수 없다는 절박한 판단에 따른 것이다.
BK, 리로디드(재장전) 100년 전통의 보스턴 레드삭스는 뉴욕 양키스에 못지않은 자금력과 팬들을 확보하고 있는 최고 명문팀. 따라서 2005년에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게 되는 김병현에게는 활약 여부에 따라 연봉 대박과 명성을 한꺼번에 얻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그만큼 거친 도전도 기다리고 있다. 먼저 지명타자제도가 있는 아메리칸리그에서 김병현이 얼마나 적응할 수 있을 지 미지수다. 특히 홈구장인 펜웨이파크의 왼쪽과 오른쪽 담장이 각각 95m, 92m에 불과하고 파울지역이 좁아 투수에게 절대 불리하다는 점도 부담이다. 잠수함 투수로 홈런에 악연을 갖고 있는 김병현에게는 이제부터 진짜 서바이얼게임이 시작된 셈이다.
김병현은 일단 1선발인 페드로 마르티네스(4승2패. 방어율 2.83)가 부상자명단에 올라있는 동안에는 선발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투수 로테이션대로라면 김병현은 다음달 4일 피츠버그와의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한다. 김병현이 계속 선발을 맡게 될 지는 다소 유동적이다. 구단측에서는 "정말로 원하는 것은 선발"이라는 김병현의 의지를 최대한 존중한다는 입장. 그러나 선발진보다는 우게스 어비나의 텍사스 이적으로 큰 구멍이 뚫려있는 불펜진 보강이 더 시급한 보스턴이 김병현에게 어떤 오더를 내릴 지는 두고 볼 일이다.
'아듀, 애리조나.'
/김병주기자 bjkim@hk.co.kr
■ 보스턴 레드삭스
1901년 창단된 보스턴 레드삭스는 메이저리그 명문 구단 중의 명문으로 꼽힌다. 보스턴은 창단 3년만인 1903년 제1회 월드시리즈를 제패하고 1918년까지 총 5차례나 우승을 차지하며 초창기 메이저리그 '지존'으로 군림했다. 아메리칸 리그 동부지구에 속해 뉴욕 양키스와 쌍벽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보스턴은 베이브 루스를 뉴욕 양키스에 판 1918년 이후 '밤비노의 저주'에 막혀 단한번도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 1912년에 개장, 메이저리그에서 제일 오래된 펜웨이파크 구장을 홈으로 하는 보스턴은 통산 최다승(511승)을 올린 사이 영과 '최후의 4할타자' 테드 윌리엄스 등 전설적인 스타를 배출했다. 30일 현재 31승21패로 지구 선두를 달리고 있는 보스턴에는 현역 최고투수 페드로 마르티네스와 유격수 노마 가르시아파라가 버티고 있다. 한편 조진호(SK), 이상훈(LG), 김선우, 송승준(이상 몬트리올 엑스포스) 등이 한때 보스턴에서 선수 생활을 했었다.
/최형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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