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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그후 1년 下/"붉은 악마" 조용한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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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그후 1년 下/"붉은 악마" 조용한 변신

입력
2003.05.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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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4강과 붉은 악마.'국내 언론이 뽑은 2002년 10대 뉴스에 빠지지 않고 등장한 단어다. 꿈으로만 생각했던 월드컵 4강 신화 달성은 한국 축구국가대표팀 공식 서포터스(Supporters)인 붉은 악마(Red Devil)의 열정적인 응원 없이는 존재할 수 없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단어이다.

붉은 악마는 1997년 9월 한 PC통신 축구동호회에서 출발했다. 98년 프랑스월드컵 아시아 예선을 앞두고 국가대표팀에게 보다 조직적인 응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공식적인 단체로 출범한 것.

붉은 악마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응원도구는 '태극기'. 가로 60m, 세로 40m, 무게 1.5톤의 대형 태극기는 경기 시작 전 애국가가 연주될 때마다 경기장 왼편에 펼쳐지면서 선수들에게 기를 불어 넣었다.

치우천왕(蚩尤天王)의 모습이 새겨진 머플러와 작은 북, 꽹과리, '붉은 악마가 되자'는 뜻의 'Be The Reds'가 새겨진 붉은 티셔츠 등도 중요한 응원도구였다. 특히 '오∼필승 코리아' 등의 응원가와 '대∼한민국' 구호는 한국인들을 하나로 묶는 훌륭한 촉매제 역할을 해 왔다.

수도권 지역 20대 붉은 악마 모임을 이끌고 있는 손형오(26)씨는 "회원들이 밤을 지새며 응원도구를 준비하고, 카드섹션 문구를 생각해내곤 했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월드컵 이전부터 '악마'라는 명칭, 붉은 색깔을 둘러싼 논란, 상업적 또는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세력의 등장 등의 이유 때문에 붉은 악마는 시련을 겪기도 했다. 결국 지난해 10월 제4기 신인철 전 회장이 전격 사퇴했고, 대선기간에는 정치적 이용을 거부하기 위해 활동 중단을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붉은 악마는 이후 기존의 중앙 집중식 사무국 체제를 과감히 해체하는 등 조용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특히 보금자리를 지난달 5일 대한축구협회 건물에서 서울 혜화동 대학로에 있는 60여 평 규모의 '축구문화사랑방'으로 옮기고, 입장권 배정 등 축구협회로부터 그동안 받아온 특혜를 거부하기로 결정하는 등 순수 축구사랑 모임으로 변신해나가고 있다.

붉은 악마 대변인이었던 신동민(31)씨는 "6월 중 임시 대의원대회를 열어 조직 개편을 확정한 뒤 지역, 나이, 직업 등에 맞춰 각각 설립되고 있는 인터넷 동호회 등을 통해 활동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성호기자 sungho@hk.co.kr

김종한기자 j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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