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가 안은미(40·대구시립무용단장)씨만큼 튀는 걸 좋아하는 사람도 드물다. 무대 위에서건 아니건 사람들의 시선을 끌지 못해 안달 난 사람 같다. 오죽했으면 해괴망측한 공연이 즐비한 뉴욕 극장가에서도 '크레이지 걸(미친 여자)'이라는 별명이 붙었을까.1991년부터 까까머리로 춤판을 휘젓고 다닌 안씨가 게릴라 밴드 '어어부 프로젝트'와 함께 또 한번 '판'을 벌인다. 6월5∼8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무대에 오르는 '안은미와 어어부 프로젝트'. 그가 '어어부 프로젝트'와 함께 펼치는 공연은 1998년 '무덤' 시리즈 이후 5년 만이다. '어어부 프로젝트'는 안씨가 10년 전에 발굴, 인디 밴드로 태어나게 한 각별한 인연이 있다. 이번에는 안씨가 '플리즈(Please)'라는 제목으로 즉흥 공연을 하고, '어어부 프로젝트'는 공연 음악과 함께 막간에 무대 전면에 나서서 '사각의 진혼곡' '밭가는 돼지' 등 10곡의 노래를 부른다.
어디로 튈 지 모르는 춤꾼의 즉흥 공연과 고래 고래 소리를 내지르는 창법의 밴드가 만났으니 어떤 무대가 될지가 눈에 선하다. 둘 다 사회현상에 대한 직설적 묘사와 노골적 표현을 즐기는 만큼 파격의 극치로 치달을 분위기다. 여기에 이가람의 판소리와 정마리의 '정가' 등 국악도 가세한다니 어지간한 관객들의 혼을 통째로 뺄 심산이다.
이번 공연의 내용은 꽤 무거운 편이다. "플리즈는 뭔가 부족하거나 한계 상황에 이를 때 부탁하거나 애원할 때 쓰는 말이죠. 이를 통해 현대 사회에서 병약해진 인간과 메말라 가는 세태를 담으려고 해요."
공연은 'Please kill me(나를 죽여줘)' 'Forgive me(용서해줘)' 'Don't cry(울지마)'등 세 토막으로 구성됐으며, 그는 으스스한 느낌의 호러(horror) 댄스와 코믹한 춤을 섞어 풀어갈 생각이다.
춤을 너무 쉽게 추는 것이 아니냐고 따지자 그는 "그것은 겉만 보는 것"이라고 반박한다. 어려운 코드일수록 쉽게 풀어야 하고, 이를 통해 얼마든지 철학적이고 진지한 문제에도 접근할 수 있다며 자신은 그렇게 해 왔다고 가슴을 내밀었다. 또한 즉흥 공연이긴 하지만 어느 정도 일정한 틀이 있어 공연 때마다 내용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는다고 한다.
그의 솔로 무대는 98년 '무덤' 시리즈 공연 당시 관객들이 이를 보기 위해 3시간 이상 기다리고 마지막 날은 관객의 요청으로 앵콜 공연까지 했을 만큼 인기를 끌었다.
"아이디어나 기량, 음악적 감각 등 모든 면에서 저보다 나은 사람 있나요?" 항상 자신만만하고 열정이 넘치는 그가 이번에는 관객들의 기대를 어떻게 충족시켜 줄지 주목된다. 2만원. (02)2263―4680
/최진환기자 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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