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잦은 말 실수를 풍자해 '오럴 해저드(Oral Hazard)'란 신조어가 유행하고 있는데, 경제계에선 박 승(朴 昇) 한국은행 총재가 연일 '설화(舌禍)'로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특히 이달 13일 콜금리 인하 후 집값이 폭등했다는 비난여론이 빗발치자, 이를 방어하느라 '오버' 하며 스스로 덫에 걸리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27일 한 강연에서 박 총재는 '부동산 설화'를 잔뜩 일으켰다. "80년대말 일본은 부동산 가격이 4배나 올랐지만, 우리나라는 많이 오른 곳이 16%에 불과하다", "부동산·주식 가격을 다스리는 것은 중앙은행이 아닌 정부의 임무다" "부동산 투기가 금리인하 때문이라는 것은 과장이다. 금리를 동결했어도 투기가 없었을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는 말을 쏟아냈다. 그러나 박 총재의 해명은 금리인하 후 서울 강남권 아파트 값 주간상승률이 올 들어 최고치를 기록한 사실은 외면한 것이다.
29일엔 "작년 3·4분기부터 시작된 위기국면이 올들어 더 악화했다"며 정부도 언급을 자제하는 '경제 위기론'을 정면 제기, 파문을 일으켰다. 3년만기 국고채 금리는 이날 박 총재 발언 직후 폭락,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30일엔 라디오 방송에서 "경기가 U자형 회복을 보일 것"이라던 얼마 전 발언을 뒤집고 "경기가 언제 회복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중앙은행 총재의 경제진단 언어는 극히 신중하고 상징적이어야 하는데, 박 총재는 과장되고 직설적이며 모순되는 발언을 남발하는 '오럴 해저드'에 빠져있다. '그린스펀 화법'을 따라갈 수 없다면, 차라리 함구라도 해줬으면 좋겠다.
남대희 경제부 기자dhna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