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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책꽂이

입력
2003.05.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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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래니와 주이 /J. D. 샐린저 지음숨이 막힐 것 같아서 기도하기 시작했다. 젊은 프래니는 할 수 있는 건 그것 뿐이라고 믿었다. 오빠인 주이가 말한다. 힘이 다할 때까지 방황할 것. 그리고 스스로 그 방황을 끝낼 것. '호밀밭의 파수꾼'의 작가 J. D. 샐린저는 1961년 소설 '프래니와 주이'를 펴냈다. 소설이 나오게 된 과정이 독특했다. 1955년 발표한 단편 '프래니'와 2년 뒤 쓴 '주이'를 합본한 것이었다. 위선으로 가득찬 세상에서 프래니가 겪는 정신적 파탄에 관한 이야기, 이 파탄을 오빠 주이가 들려주는 선(禪) 사상을 통해 회복해 가는 이야기가 묶였다. 은둔자 샐린저의 역작이라는 것만으로도 독서 의욕을 불러 일으키는데, 현대를 어떻게 살 것인가의 문제에 대한 답을 동양 철학과 종교에서 구하려는 작가의 관심도 흥미롭다. 인디북 9,000원.

소리없는 아우성 /조성기 지음

"우리는 조용하지만 그 내면을 살펴보면 너무나도 엄청난 일을 매일매일 겪고 사는 게 아닐까." 조성기씨는 '우리 시대의 …' 연작을 통해 우리 시대를 살아간다는 것을 소설로 옮겨왔다. '소리없는 아우성'은 1992년 5권으로 출간했던 '욕망의 오감도'중 일부를 개작해 장편소설로 펴낸 것이다. 한 여성이 성폭력과 인신매매, 매춘 등을 통해 무참하게 파괴되어 가는 과정을 그린 소설의 내용은 끔찍하다. 적나라한 이야기를 통해 작가가 드러내려는 것은 성범죄가 횡행하는 우리 시대의 타락한 사회상이다. 성교육 강사 구성애씨는 이 소설을 두고 "구체적인 여성의 심리 상태가 잘 나타나 있어 여성의 입장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자료가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문학수첩 전2권 각권 8,000원.

책은 나름의 운명을 지닌다 /표정훈 지음

"책은 나름의 운명을 지닌다"는 2세기 전후 로마의 수사학자이자 시인이었던 테렌티아누스 마우루스의 말이다. 출판평론가 표정훈씨는 이 오래된 금언을 이렇게 읽는다. "책의 운명은 그것을 읽는 사람에게 달려 있다." 이 책은 책에 관한 책이다. 첫 만남부터 이별의 예감이 드는 책은 구입하지 말라고 다감하게 권하기도 하고, 책을 정리하면서 지난날의 삶을 차분하게 정리하는 경험을 소개하기도 한다. 사재기, 개정하지 않은 개정판 출간 같은 안이한 출판 행태도 질타한다. 프랑스 비평가 가스통 바슐라르는 "아침부터 내 책상 위에 쌓인 책 앞에서 책읽기의 신에게 이 독자로 하여금 책을 탐독하게 해주십사 기도드린다"고 했다.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한 권의 책은 이런 성스러움을 갖는다. 궁리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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