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갈수록 침체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 금융시장 불안이 가시지 않고 있는 가운데 실물경제가 급속히 무너지고 있어 장기불황이 우려된다. 경제를 지탱하는 생산 소비 투자 등이 모두 크게 위축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4월 산업활동 동향'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생산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8% 증가에 그쳐 지난해 9월 이후 가장 낮았으며, 소비는 53개월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설비투자는 4.2% 감소했다.박승 한국은행 총재는 개혁 후퇴와 집단이기주의 등 내부 위기가 겹치면서 앞으로는 저물가 저금리 저성장 고실업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재계는 외환위기 이후 최대 위기상황이라고 진단했고, 정부는 경기부양을 위해 예산을 추가 편성키로 했다. 모처럼 현 경기상황에 대한 민관의 견해가 일치하고 있다. 하지만 금리를 내리고 돈을 더 풀어도 투자나 소비는 늘지 않고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정부는 진지하게 따져봐야 한다.
각종 국내외 악재들이 겹치면서 환란 이후 최악의 상태라는 진단과 비관적 전망이 나올 때마다 정부와 한은은 일시적 현상으로 곧 나아질 것이라고 반박했다. '경제는 심리'라며 낙관적으로 생각해야 경제가 잘 풀릴 것이라는 논리를 폈다. 그러다가 뒤늦게 허둥대고 있다. 경제가 이 지경이 된 데는 당국의 잘못된 판단과 안이한 대책이 크게 한 몫을 했다.
정부는 현 상황에서 정책의 한계성을 내세우고 있으나 정작 중요한 것을 간과하고 있다.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것이 시급함에도 이를 소홀히 했다. 정부가 불안감 해소를 위해서는 말보다는 행동으로 분명히 보여줘야 한다. 최근의 각종 통계는 우리 경제가 위기상황에 처해 있음을 웅변하고 있다. 더 이상 시행착오를 범할 여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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