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창훈 지음 휴머니스트 발행·1만원미국의 신화학자 비얼레인에 따르면 "신화는 일들이 '어떻게' 일어나는가를 설명하려는 최초의 서툰 시도로, 과학의 선조이다." 거짓말처럼 황당한 신화에 과학이 숨어있다?
'해리 포터 사이언스'의 저자이기도 한 과학저술가 정창훈의 '과학 오디세이'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과학적 사고를 찾아냄으로써, 비얼레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지은이의 안내로 독자는 과학이라는 배를 타고 그리스 로마 신화라는 거대한 바다를 항해한다.
이 책은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여러 이야기에서 과학을 끄집어낸다. 예컨대 헤라클레스와 강의 신 아켈로오스의 대결은 강물의 흐름과 침식작용에 대한 고대인의 과학적 지식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풀이한다.
싸우다 힘에 부친 아켈로오스가 뱀으로, 다시 황소로 변신해 빠져나가려 하자, 헤라클레스는 황소의 목을 졸라 쓰러뜨리고 뿔을 뽑아버린다. 님프는 그 뿔을 풍요의 여신에게 바친다. 강의 신과 뱀, 황소, 황소의 뿔은 무슨 연관이 있는 걸까. 곧게 흐르던 강물이 세월이 지나면서 구불구불 뱀처럼 흐르다가, 강 줄기가 잘록해진 부분이 떨어져 나가 황소 뿔처럼 생긴 호수가 되고, 그 유역에 비옥한 땅이 형성되는 과정을 그렇게 설명했다는 것이 지은이의 해석이다.
마찬가지로 불을 훔친 죄로 프로메테우스가 받은 영원한 형벌, 곧 독수리에게 간을 쪼아먹히는 것은 간 조직의 뛰어난 재생력을 고대인들이 잘 알고 있었음을 반영한다.
이 대목은 줄기세포의 유전공학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넘어간다. 이런 식으로 지은이는 신화와 과학의 매끄러운 만남을 주선한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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