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30일 최근의 국정혼란에 대한 지적과 수그러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 재산의혹 등을 둘러싼 논란을 겪으면서 느낀 착잡한 심경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노 대통령은 이날 중앙 언론사 편집국장·보도국장을 청와대로 초청, 오찬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요즈음 신문을 보면 대통령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이 부끄럽다"면서 "더는 못견디겠으니 봐달라"고 언론의 협조를 요청했다.노 대통령은 이어 장수천 의혹 등과 관련, "사업에 실패한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안되는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면서 "저도 인간인데 그런 보도를 보고 늠름하면 가슴에 철판을 깐 것"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노 대통령은 "어려운 경제를 이기기 위해, 어려울 때 국민이 걱정 안하도록 도와달라"고 거듭 협조를 구했다. 노 대통령은 그러나 대선후보 단일화 과정을 거론, "(장수천을 운영하면서) 보증인에게 손해를 입혔다"면서도 "내가 마지막에 승부수를 던져 야합을 했지만 정몽준 후보와 비교하면 아무 것도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노 대통령은 거친 화법과 다변에 대한 지적이 잇따르자 "대통령이 언론환경에 맞춰야 한다고 하지만 언론도 포괄적 진의를 파악해 전달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노 대통령은 "대화과정에서 역설과 반전을 통해 분위기 있게 말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노사협력 유공자들과의 오찬 때 '엄단', '성질 보여주려 했다'고 말한 것은 타협과 합의의 정당성을 좀 더 재미있게 표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노 대통령은 그러면서도 "반어법과 역설화법을 쓰지 않고 쓰여진 대로 읽는 대통령, 약한 모습과 인간적으로 고뇌하는 모습을 보이는 대통령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정책과 노선이 오락가락한다'는 비판에 대해선 "룰라 브라질 대통령은 강경좌파에서 달라져 대단히 칭찬을 받고 있고, 김대중 전 대통령도 당선된 뒤 노동의 유연성을 강조했다"며 이해를 구했다. 노 대통령은 또 "대통령은 국책만 쥐고 나머지는 부처에 맡기려 하는데 부처가 아직 확실히 인식 못하고 자꾸 들고와서 결정을 묻는다"면서 "앞으로 3개월 정도 더 시험가동하면 정상가동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 대통령은 "경제가 어려운 것은 사실이나 자신감이 있다"면서 "노무현의 비전은 원칙이 바로 서는 사회, 권력기관이 대통령의 눈치를 안보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또 "제가 신뢰성이 부족해 국민이 비전을 공유 못하나 차츰 공유하게 될 것"이라며 "박정희 대통령 때도 처음에는 냉소적이었다"고 덧붙였다.
/고태성기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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