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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참여정부의 "牛視虎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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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참여정부의 "牛視虎行"

입력
2003.05.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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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상황이 참으로 어렵고, 혼란스럽다. 대내적으로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에 지대한 공헌을 하였다고 평가되는 젊은 층, 노동계 등에서 자신들의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한 것도 현 상황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을 둘러싼 교육계의 갈등, 공무원 노조 결성움직임 등 하위직 공무원까지 가세한 이해집단간의 격돌, 전국운송하역노조의 연대파업으로 인한 물류대란, 광주 5·18 묘역에서 벌어진 한총련의 행위 등 한꺼번에 너무 많은 목소리와 사건들이 터져 나왔다.북한 핵 문제와 관련한 대북 관계와 대미 관계의 혼선, 민주당 내 갈등, 여야 정치권의 이전투구도 여전하다. 참여정부가 이런 것들을 매끄럽게 처리하지 못함으로써 국정이 표류하는 듯한 인상마저 주는 것이다.

국민들은 이러한 현상을 보며 심히 걱정하고 있다. 필자가 보기에도 걱정스러운 면이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거시적으로 관찰하면 반드시 그렇다고만 할 수 없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자신에게 유리하게 행동하는 측면이 있고,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는 경향이 있다. 어떻게 보면 각자의 분야에서 나름대로 최선을 하는 것이다.

작금의 여러 상황은 과거의 기준과 척도가 허물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그 자리를 채울 새로운 기준 또는 질서가 정립되지 않았음을 단적으로 나타내는 징표라고 생각한다.

현재의 참여정부는 종전과는 다른 방식을 통하여 정권을 잡았다. 과거와는 다른 연령과 계층의 노력으로 정권이 창출되었고, 그 결과 비교적 젊은 사람이 대통령이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종전의 기준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대통령의 본질적 책무, 정권의 핵심적 의사결정을 하는 사람· 기관들의 국민에 대한 기본 역할은 바뀔 수 없는 것이다. 한마디로 말해 국민 모두를 잘 살게 인도해야 하는 대통령과 정부의 고유 의무는 전과 동일하다.

참여정부가 어떠한 지지층을 가지고 있는가 하는 것은 대통령을 필두로 한 참여정부의 입장에서는 무척 중요할 수 있으나, 국민에 대한 본질적 의무의 차원에서 보면 이는 사사로운 정일 뿐이다. 그래서 대통령이란 자리가 힘든 것이다. 다양하고 복잡한 모든 사람의 이해관계를 잘 조정하고, 한계점에 처할 경우 결단을 통하여 국민을 한 방향으로 안내하여야 하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잠 못 이루며 스스로 국민들에게 약속한 것과 같이 정말 호시우행(虎視牛行)해야 한다. 정책결정에 앞서 호랑이처럼 정확하게 보고 충분히 숙고를 해야 한다. 또 이처럼 신중하게 결정한 국정운영 방침을 소 걸음처럼 천천히 우직하게 실행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 정부는 이와 반대로 우시호행(牛視虎行), 즉 충분히 숙고하지 아니한 상태에서 결정을 내리고 이를 너무 빨리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아니지 걱정이 된다. 물론 이러한 우려 속에도 노 대통령이 대통령 취임 후에 내린 몇 가지 의사결정을 보면 종전의 입장이 합리적으로 바뀐 것도 있고, 국민에 대한 애정을 갖고 있음이 느껴진다.

참여정부는 아직 출범 3개월 밖에 되지 않았다. 이런 정부를 너무 몰아세우면서 비판만 하는 것은 아닌지, 조금 더 숨 돌릴 여유를 주어야 하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국민 모두, 각 이익 집단 모두 한 발짝씩 물러나 생각하는 여유를 가졌으면 좋겠다. 특히 참여정부가 호시우행의 자세로 민심을 추스르는 과정에서 더 이상 노 대통령의 결정이 좌우로 흔들리는 일이 일어나서는 안된다.

광복 이후 우리 정치사를 보면 만족스럽진 않지만 그래도 역대 정권을 거치며 나름대로 부단히 발전해왔다고 평가할 수 있다.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생각하며 힘차게 "오 필승 코리아"를 외쳐볼 일이다.

정 영 환 고려대 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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