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자를 무시하고 제멋대로 써대는 드라마 작가는 사라져야 한다." 비상식적 내용, 무리한 방영 연장 등으로 눈총을 받아온 MBC 일일연속극 '인어아가씨'의 작가 임성한(42)씨가 네티즌의 퇴출 요구에 직면했다. 3월 초 드라마 종영을 촉구하는 사이버 시위를 벌여 화제가 된 '임성한 안티 정정당당'(cafe.daum.net/18dlsdj) 회원들은 24일 '인어아가씨' 게시판에 임씨의 절필을 촉구하는 5만 여건의 글을 올렸다. 연예인이 아닌 드라마 작가의 안티 모임은 처음인 데다 비판을 넘어 작가의 퇴출을 요구한 것도 예가 없는 일이다.지난해 8월 한 대학생이 개설한 이 모임은 1,500여명이던 회원이 3월 1차 시위 이후 8,000여명으로 늘었고, 24일 시위 이후 2배 가까운 1만5,000여명으로 급증했다.
이 모임의 운영진으로 활동 중인 정정숙(38·정보처리 프리랜서), 이정수(34·주부)씨와 회원 박혜원(29·회사원)씨는 "'인어아가씨'는 섬뜩한 욕설과 직업 비하, 가족관계 왜곡 등 드라마에서 보여줘서는 안 될 모든 것을 모아놓은 '종합선물세트' 같다"고 꼬집었다.
이들은 자극적 대사로 사실을 왜곡하고 수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입혔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꼽았다. 정씨는 "자폐아 문제를 엄마의 태교 잘못 탓으로 돌리고, 딸기에 농약이 많으니 칫솔로 일일이 씻어 먹어야 한다거나, 요즘 달걀과 우유가 오래 두어도 상하지 않는 것은 닭과 소에 항생제를 먹이기 때문이라는 등 예를 들자면 끝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드라마 작가로 나오는 아리영의 입을 통해 시인이나 수필 작가, 심지어 미니시리즈 작가까지 편하게 생각 없이 글 쓰는 사람들로 치부되는 등 직업 비하도 도를 넘었다"고 지적했다.
이씨는 "가족이나 친구끼리 툭 하면 뺨을 때리고 머리채를 휘어잡고 싸우는가 하면, '남자인데 어때' '여자가 왜 그래' 등의 대사가 반복되고 불륜마저도 남자는 가만히 있는데 여자가 꼬리를 쳐서 생긴 일로 그리는 등 인간관계 왜곡과 여성 비하도 심각한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이들은 특히 작가가 얼굴을 드러내지 않은 채 극중 대사를 통해 시청자들의 비난을 '어리석은 사람들의 헛소리'쯤으로 비아냥대는 데 대해 분통을 터뜨렸다.
박씨는 "'드라마를 현실과 착각해 빠져드는 사람 보면 우습다'는 대사를 듣고 어처구니가 없었다"고 말했다. 정씨는 "제작진도 문제지만 그들도 어찌 보면 피해자"라면서 "회원 중에 '인어아가씨' 촬영스태프인 분이 있는데 제작진도 종영 날만 기다리고 있고 연기자들도 대본이 나오면 '이번에는 얼마나 더 극악스런 연기를 해야 하나'하고 한숨을 쉰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그렇더라도 작가의 절필을 요구하는 것은 지나치지 않을까. 이들의 대답은 단호했다.
"그동안 게시판에 비판 글을 올리고 방송위원회에 제재를 호소하는 등 많은 노력을 했지만 작가와 MBC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더구나 임씨는 자극적 소재로 눈길을 끌어 시청률 올리는 데는 귀재다. 벌써 타 방송사와 더 많은 돈을 받고 일일극 계약을 했다는 소문이 들린다. 시청률에 매달려 몰상식한 작가를 '인기 작가'로 대접하는 방송계 풍토가 바뀌지 않는 한 '제2, 제3의 임성한'이 줄을 이어 좋은 작가들의 설 땅이 좁아지게 될 것이다."
이들은 "방송사의 공언대로 이 드라마가 6월27일 막을 내리더라도 '임성한 퇴출 운동'을 계속 펼치면서 드라마 비평 전문 모임으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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