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향린교회 담임 목사로 민주화·통일 운동에 헌신해 온 홍근수(65·사진) 목사가 다음달 8일 조기 은퇴한다.홍 목사는 25일 마지막 설교를 하면서 신자들에게 고별인사를 했으며, '원로목사'로 남아 수렴 청정을 하는 일부 대형교회 목사들과 달리 아예 초교파 평신도 교회로 옮길 계획이다.
1987년부터 16년 5개월간 이 교회 담임으로 일해온 그는 정년(70세)을 5년이나 남겨둔 시점에서 후임에게 길을 터주기 위해 떠나는 것이어서 잔잔한 감동을 던지고 있다. 후임에는 미 워싱턴 DC에서 목회를 해온 조헌중(48) 목사가 초빙됐다. 향린 교회는 홍 목사의 주도로 목사·장로 임기제를 실시하고 있다.
홍 목사는 "재선의 길도 없진 않지만 16년이면 충분히 했고, 어차피 떠날 바에는 지금 떠나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다"며 "후임자에 대한 의리로 보나 교인들을 위해서나 향린교회에 정기적으로 나가지는 못할 것 같고 서울의 다른 곳에서 목회를 하거나 개척교회를 하지도 않을 생각"이라고 밝혔다.
홍 목사는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한국신학대학과 시카고 루터신학교에서 각각 신학·철학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은사인 문동환 목사의 소개로 향린교회 2대 담임목사로 부임했다.
그는 88년 총선을 열흘 앞두고 열린 방송 심야토론에서 북한을 옹호한 발언으로 일약 유명해졌으며, 임수경 후원사업회 회장직을 맡았다가 91년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돼 1년6개월의 실형을 사는 등 시련을 겪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전국민중연대, 6.·5선언실천통일연대, 민족화해자주통일협의회를 비롯한 재야단체 대표 등으로 꾸준히 활동했으며 각종 집회와 시위 등의 단골 연사였다. 그는 지금도 지난해 미군 장갑차에 치여 숨진 여중생 범대위의 상임공동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홍목사는 퇴임 후에도 지금까지 관계해온 재야단체 활동은 계속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최근 역시 목사인 부인 김영(62)씨와 함께 '나의 걸음' '좋은 것을 깨는 여자'라는 자서전을 한 권으로 묶어 출간하기도 했다.
/남경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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