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위력 소형핵무기(미니 누크)가 21세기의 새로운 핵무기 개발 경쟁의 초점으로 떠오르고 있다.러시아가 저위력 소형핵무기를 개발 중인 사실이 밝혀졌다고 요미우리(讀賣)신문이 29일 모스크바발로 보도했다. 러시아 원자력 장관을 지낸 빅토르 미하일로프 전략안정연구소 소장은 요미우리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저위력 소형핵무기 개발을 10여년 전에 시작했다"고 밝혔다.
미하일로프 소장에 따르면 러시아가 개발 중인 새 핵무기는 공중으로부터 지하 수십m의 지층에 돌입해 철근콘크리트 지하시설을 핵폭발의 지진파로 파괴하는 성능을 가졌고 위력은 수 킬로톤(1킬로톤은 TNT 폭약 1000톤) 정도로 미국이 개발을 추진 중인 소형핵무기와 흡사하다. 히로시마(廣島)에 투하됐던 원자폭탄은 약 15킬로톤급이었다.
미국도 21일 소형핵무기 연구·개발 계획에 대한 상원의 승인을 얻어내는 등 소형핵무기 개발을 본격화하고 있어 핵 보유국들의 '사용하기 쉬운' 저위력 소형핵무기 개발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소형핵무기는 냉전 중에 개발·배치됐던 수백킬로톤급의 전략핵무기와는 달리 수킬로톤급 위력으로 지하시설 등 특정 목표를 파괴하는 신형 핵무기이다. 전략핵무기가 파괴력과 방사능 오염 피해가 엄청나 억지력으로만 작용하는 '사용하기 어려운 핵무기'였다면, 소형핵무기는 '사용하기 쉬운 핵무기'라고 볼 수 있다.
미국의 조지 W 부시 정권은 출범 초기부터 북한 이란 등 '불량국가'의 지하 대량살상무기 시설과 테러리스트 은신처에 대한 효과적인 타격을 명분으로 소형핵무기 개발을 추진해왔다.
이를 위해 부시 행정부는 1993년 제정된 '저위력소형핵무기 연구, 실험과 생산 금지법(스플래트·퍼스법)'의 폐지를 요구했고, 미 의회는 21일 "생산단계 이행에는 의회의 승인을 요한다"는 조건을 붙인 법 개정으로 연구·개발을 승인했다. 이 법은 5킬로톤 이하 핵무기 개발을 금지하고 있었다.
미국은 소형핵무기를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파괴력에 한계를 드러낸 지하시설 공격용 '벙커 버스터'에 우선 사용할 것을 상정하고 있다. 지하 30∼100m를 뚫고 들어가 핵 폭발로 지하시설을 완전히 파괴하는 것으로 지상과 거의 차단된 상태에서 핵 폭발이 일어나기 때문에 방사능오염 면적이 한정적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의회 내 반대론을 주도했던 에드워드 케네디 민주당 상원의원은 "소형핵무기를 개발한다면 결국은 사용하게 된다"며 "이는 핵 전쟁으로 가는 외길 수순"이라고 반박했다. 소형핵무기는 운반과 조작이 간단해 오히려 불량국가나 테러리스트의 손에 들어갈 우려가 높다는 주장도 있다.
러시아가 개발 중인 소형핵폭탄 역시 성능과 위력면에서 미국과 거의 동일한 것이다. 그러나 미하일로프 소장은 구체적인 개발 진전 상태와 운반수단, 사용 목적 등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아 미국에 대한 견제의도도 담겨있는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ksi8101@hk.co.kr 도쿄=신윤석특파원 ysshi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