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66년 5월30일 미국 내전(남북전쟁: 1861∼1865)의 전몰 장병들을 위한 추모식이 버지니아주 리치먼드에서 거행됐다. 내전 당시 남부 연합의 수도였던 리치먼드를 흐르는 세인트제임스강의 벨 섬(島)에는 전사한 북군 장병들의 묘지가 있었다. 이것이 미국 전몰자 추도기념일(메모리얼데이)의 기원이다. 그 뒤 미군의 활동 영역이 전세계로 확대됨에 따라, 메모리얼데이는 내전의 전몰자들만이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전사한 모든 미군을 기리는 날이 되었다. 이 날이 되면 수도 워싱턴에 인접한 버지니아주 알링턴 국립묘지가 꽃으로 뒤덮인다.메모리얼데이는 주(州)마다 날짜가 다르다. 전통적인 5월30일에 추모식을 거행하는 주가 이제는 오히려 소수다. 대다수의 북부 주와 일부 남부 주는 5월의 마지막 월요일을 메모리얼데이로 삼고 있다. 이 날은 1971년 연방 휴일로 지정되었다. 패전의 아픈 기억을 아직도 말끔히 씻어내지 못한 남부의 몇몇 주에서는 남부군 전몰자들을 위한 추도 행사를 따로 벌인다.
예컨대 미시시피주와 앨러배머주에서는 전몰자 추념일이 4월 마지막 월요일이고, 플로리다주와 조지아주에서는 4월26일이며, 노스캐롤라이나주와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는 5월10일이고, 켄터키주, 루이지애나주, 테네시주에서는 6월3일이다. 켄터키주는 내전 당시 연방에 머물렀으나 노예주(奴隷州)였던 터라 남부 정서가 강하다.
미국의 메모리얼데이나 한국의 현충일 같은 전몰자 추도 기념일은 세계 어느 나라에나 있다. 특정한 죽음들을 '순국'으로 규정해 그 당사자들을 기리고 영웅화하는 것은 국가의 주민집단 전체로부터 애국심을 끌어내 국민 통합을 유지하는 필수적 장치다. 세계의 수많은 국립묘지에 묻혀있는 사람들이 살아있는 자들의 이런 정치공학에 동의할지는 알 수 없지만.
고종석/논설위원 aromach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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