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는 한 국가를 건설하려면 의회가 먼저 바로 서야 한다고 했다. 대한민국이 역경을 딛고 국회를 통해 건국한 때가 1948년이니 5월31일로 55주년이 된다. 그 동안 우리 국회는 8·15이후 55년의 역사만 연결되고 있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다.그러나 사실상의 국회인 임시의정원이 설치된 때가 이보다 앞선 1919년이었으니 그 역사는 금년으로 84년의 장구한 전통을 갖게 되는 것이다.
대다수 국민들은 국회 역사가 1948년 5월 제헌국회에서 시작된 것으로 여겨왔지만 이는 잘못된 인식이고 해석이다. 대한민국 임시정부사를 연구하고 논저를 발표한 필자는 일찍이 임시정부를 탄생시킨 의정원(국회)의 역사가 대한민국 국회이전에 27년 동안이나 독립투쟁 속에 연면성을 가져왔음을 누누이 강조해왔다. 대한민국의 제1공화정을 임시정부에서부터 계산해야 된다고도 역설해왔다.
31일 국회에 신설되는 '대한민국 임시의정원 코너'는 그 의미가 각별하다. 우리의 국회의정사를 임정이후의 연장선상에서 보기 시작한 것은 국회 개원 55년 만에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
임시의정원 코너에는 일제치하 27년 동안 의정원의 생동했던 고통의 역사를 다방면으로 볼 수 있는 자료들이 전시된다. 초대 의정원 의장 이동녕 선생은 19년 4월 의정원 제1회 회의석상에서 "이제부터 우리는 대한민국이고 국민이 주인이 되는 민주의 나라입니다"라는 요지의 국회 개원사와 함께 이틀 뒤 임시정부 수립을 내외에 선포하여 헌법에 의한 3권분립의 민주공화제를 출범시켰다.
이번 의정원 코너에 전시된 내용들은 매우 다양하고 정성이 담겨있다. 역대 의정원 의원의 영정, 회의록, 각 부총장(장관)의 임면장 등 오늘날 국회의 모습을 축약한 듯한 민주주의 의정사가 한 눈에 들어오게 되어 헌법 전문에 나온 대한민국의 법통성이 임시정부에 있음을 재확인해준다. 즉 법통성을 내외에 확인시켜 주어서 역사적 의의가 크다고 평가한다.
이승만, 이시영 등 당시 대통령이나 의정원 의원, 총장이 8·15이후 나라가 건국되면서 정·부통령이 된 것이 법통성의 인적 승계요 맥락이었음이 입증된다. 아쉬운 것은 김구 등 임정계 인사들이 건국과정에서 이탈한 점은 대한민국의 장래를 위해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이 현 희 성신여대 명예교수 국사편찬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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