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배만 해본 사람이면 절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알게 된다. 새만금 공사 중단을 요구하는 삼보일배(三步一拜) 수행 행렬이 공사현장에서 서울까지 다다랐다. 이 고행의 시위는 어떤 격렬한 데모보다도 강한 이미지를 남기고 있다. 제1차 새만금 중단논쟁이 치열하던 2001년 어떤 외국의 환경전문가는 현장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이 망망한 바다를 막겠다며 공사를 벌인 사람들도 이해할 수 없지만, 이렇게 진전된 공사를 막겠다고 나서는 사람들도 대단하다." 그 외국인이 삼보일배 행진을 보았다면 다시 한번 입을 벌렸을지 모른다.■ 새만금 프로젝트는 환경문제를 떠나서도 무리한 계획이었다. 시간이 갈수록 농업용지로서의 경제적 타당성에 대한 논쟁은 꼬리를 잇고 있다. 어쩌면 농업용지로서의 새만금 간척은 빛을 잃어가는 사업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언론보도를 보면 결국 새만금 간척지는 산업단지 등 다른 용도로서의 가능성에 현지 주민들도 더 마음을 쓰는 것 같다. 얼마 전 전북지방의 한 대학교수를 만났는데, 그는 지금 공사를 중단할 때 일어날 전북도민들의 상실감은 또 다른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새만금에 걸려 있는 전북도민들의 경제적 이해를 헤아리지 않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게 되어 있다.
■ 정부는 이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새만금 신구상기획단을 구성한다고 한다. 무슨 방법이 있을까. 최근에 현지 학계 일부는 제한적 개발이라는 새로운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이 계획은 갯벌도 일부 보전하면서 개발의 방향은 복합산업단지로 간다는 내용이다. 이것이 전북주민의 지역개발 욕구에 대한 대안을 제시할 수 있다면 타협의 여지는 있을 것이다. 또 전북에 새로운 산업을 국가전략적으로 배치해 주고 새만금을 그대로 보전하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이 대안도 역시 새로운 타당성 논쟁을 일으킬 것이다.
■ 새만금 논쟁의 중심에서는 벗어나는 일이지만 정부와 환경운동이 타협하는 방법은 없을까. 예를 들면 이 기회에 정부가 환경문제에 대한 국가적 비전을 제시하고, 갯벌 중에서 그 생태적 가치가 높은 곳을 선정하여 국립공원으로 지정하는 방안이다. 어쩌면 이 일은 새만금과 관련없이 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문제는 환경주의자들이 이 방안이 사라지는 새만금 갯벌의 대안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하는 데 있다. 그렇지만 서로 팽팽한 대립의 모습을 보며 차선책이 되지 않을까 상상해 본다.
/김수종 논설위원 sj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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