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비밀리에 법원의 '부당한 영장기각 사례 수집'에 나선 것으로 29일 밝혀지면서 배경에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안희정씨 등에 대한 영장 기각의 여파인가
검찰의 영장기각 사례 수집은 법·검 갈등이 절정으로 치달았던 1997년 이후 사실상 처음 있는 일일 뿐 아니라 보기에 따라서는 법원의 고유 권한에 대한 검찰의 항명으로 비칠 수도 있는 미묘한 사안이다. 이 때문에 당장 안희정씨에 대한 두 차례 영장기각에 대한 감정 섞인 반발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실제 대검 중수부는 안씨에 대한 두번째 영장이 기각되자 이례적으로 법원에 불만을 드러낸 바 있다. 안씨 사태를 포함, 최근 영장실질심사를 둘러싼 법원과 검찰간 미묘한 갈등에 주목하는 시각도 있다. 법원은 최근 김용집 전 월드컵조직위원회 사업국장에 대한 서울지검 특수1부의 1차 영장을 기각한데 이어 안상태 전 나라종금 사장에 대한 포괄적 계좌추적 영장 발부 에 대한 논란이 일자 야간 당직 판사에게 계좌추적 영장 심사를 맡기지 않기로 해 검찰의 불만을 사고 있다.
석연찮은 해명과 법원 반발
검찰 관계자는 "검사 교육용으로 사례 수집에 나선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으나 공문에 '부당한'이라는 단어를 삽입한 이유는 명쾌하게 해명하지 못했다. 특히 검찰이 공문에 "내용이 알려질 경우 불필요한 오해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는 내용을 삽입한 것은 말썽의 소지가 있음을 충분히 인식했다는 증거나 다름없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법원은 당장 불쾌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법원 관계자는 "잇따른 영장기각에 따른 뒷조사나 보복성이라면 문제가 심각하다"며 "법원은 검찰의 수사편의 못지않게 무리한 수사에 따른 피의자의 인권 보호도 중요시한다는 사실을 인식했으면 한다"고 꼬집었다.
법·검 갈등 재발하나
법조계에서는 97년 영장실질심사 제도 도입 이후 고질화한 법·검 갈등이 재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실제 97년 하반기 영장실질심사 범위 축소로 감정적 앙금이 쌓인 법원과 검찰은 이후 이장희 외대 교수(97년)와 병역비리 청탁 부모들(98년), 중국내 한국인 납치사건 주범(2000년), 청소년 성매매 사범(2001년) 등에 대한 영장 기각 등으로 끊임없이 반목해왔다. 특히 2001년에는 서울지검 남부지청에서 한 차례 기각된 영장을 재청구하자 남부지원에서 사법 사상 초유의 '영장 각하' 결정을 내려 두 기관의 관계가 극도로 악화하기도 했다.
/강훈기자 hoony@hk.co.kr 박진석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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