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해 전 오대산 적멸보궁으로 가는 도중에 중대사를 지나다 보니 한창 공사를 하고 있었다. 자재를 나르기 위해 설치한 듯 삭도(索道)가 있었는데 그 말고 길이라곤 등산로뿐이어서 차는 올라갈 수 없게 되어 있었다. 그런데 공사 중인 중대사 앞에 번쩍번쩍하는 새 포클레인이 하나 떡하니 서 있는 것이었다. 그 포클레인의 날렵함, 그 포클레인의 의연함, 어떻게 거기에 있게 되었는지 시침을 뚝 떼고 있는 그 신비한 모습에 나는 대뜸 반해버렸다.최근에 다시 갔더니 아직 공사 중이었고 포클레인 역시 거기 있었다. 전과는 달리 많이 낡아보였다. 공사가 끝나면 포클레인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적멸보궁의 적멸을 따를까. 포클레인에도 적멸이 있을까. 생각하며 지나는데 "이 포클레인은 ○○항공의 헬기로 운반한 것입니다"라는 설명이 종이에 적혀 흔들리고 있는 것이었다. 지나던 사람들이 어지간히 물어댔고 어지간히 대답하기에 지쳤던 것이리라.
눈에 삼삼하여라, 적멸의 도반(道伴)이여, 너 오대산 포클레인.
/소설가
★소설가 성석제씨가 집필해온 '길 위의 이야기'는 오늘로 끝납니다. 6월2일(월)부터는 소설가 김영하씨가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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