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전 후원회장 이기명씨가 올 2월 용인 땅 2만평을 6개월 만에 12억원이나 높은 가격으로 재매각할 수 있었던 것은 실버타운 조성사업에 필요한 인·허가 등 일체의 민원해결을 약속한 대가일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또 노 대통령이 28일 기자회견에서 "첫 계약을 맺은 지인이 복지회관을 설립하려다 이 땅의 한가운데에 한전 송전선이 지나가는 등 계획에 차질이 생기자 계약을 파기했다"는 해명도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이 같은 사실은 이씨의 용인 땅 매매계약서 사본, 이씨와 형 기형씨 등이 용인시측에 보낸 사업 질의서를 살펴보면 쉽게 드러난다.땅값 12억원 상승은 민원해결 대가?
이씨가 올 2월28일 40억원에 S산업개발과 체결한 매매 계약서의 의문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먼저 계약서에는 이 땅의 거래 목적에 대해 '노인복지시설 및 양로시설 건립 등을 추진한다'는 조건이 명시돼 있다. 이씨는 또 '매수자가 추진하는 노인복지시설 건립사업 등에 소요되는 일체의 인·허가 및 사업진행상 필요한 서류 등을 적극적으로 지원한다'는 점도 계약서에 못박아 놓고 있다.
이에 따라 S산업개발이 첫 매수자보다 무려 12억원이나 많은 40억원에 이 땅을 매입한 것은 노 대통령의 측근인 이씨의 신분을 염두에 뒀고, 이씨 또한 이를 은연중 이용했지 않느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씨 등은 용인시측에 대규모 실버타운 조성계획을 담은 질의서를 보낸 것으로 밝혀져 이 같은 의혹을 더욱 짙게 했다.
계약서에는 특히 중도금과 잔액 25억1,500만원을 도시계획시설로 결정된 뒤 15일 이내에 받기로 조건이 달려 있다. 이 또한 실버타운 조성을 위한 민원해결을 전제로 계약이 체결된 게 아니냐는 의문을 부른다.
계약서가 비정상적인 점도 여러 곳 눈에 띈다. 매각자인 이씨는 매수자인 S산업개발보다 우월적인 지위에서 계약을 맺은 것이 분명하다. '매매계약으로 발생하는 이씨의 양도소득세 상당한 금액을 매수자가 부담한다'는 항목은 부동산 계약에서 이례적인 것이며, '노인복지시설 건립사업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도 계약은 유지된다'는 내용도 정상적인 계약이라고 볼 수 없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매수자에게 지나치게 불평등한 계약"이라고 말했다.
송전선 몰랐다는 해명은 잘못
이씨가 지난해 8월29일 장수천의 채무 변제를 위해 용인 땅을 처음 매각하면서 작성한 매매계약서에는 이 땅에 한전 송전선이 있다는 점이 명시돼 있다. 따라서 첫 매수자가 계약금과 중도금을 19억원이나 지불하고 난 뒤에야 송전선이 지나간다는 사실을 알고 계약을 해지했다는 청와대의 해명은 명백히 잘못된 것이다.
한나라당 김문수 의원은 "이 땅에 송전선이 지나가는 것은 누구나 열람이 가능한 등기부등본에도 나와 있다"면서 "거액의 부동산 거래를 하면서 이를 확인하지 않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송전선이 지나가는 바람에 노인복지시설 건립이 불가능하다고 했는데, 땅값은 6개월 만에 12억원이나 오른 사실을 어떻게 설명하는가"라고 지적했다.
이 임야의 등기부등본에는 2001년 3월5일 김모씨가 매매계약을 체결, 소유권이전청구권 가등기를 해놓은 상태였다. 그런데 첫 매수자가 가등기 해제조치도 없이 19억원을 지급한 것도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김씨는 올 3월4일 가등기를 해제했다.
/김성호기자 s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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