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문만 무성했던 '검은 머리 외국인'의 주가조작이 처음으로 금융당국에 의해 적발됐다.증권선물위원회는 29일 전체회의를 열고 역외펀드 명의의 계좌를 이용,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통해 국내 주식의 주가를 조종한 홍콩소재 해외투자자문사 대표 지모씨와 같은 회사 이사 신모씨 등 2명을 시세조종 혐의로 검찰에 고발키로 했다.
이들은 특히 지난해 말 증권시장을 떠들썩하게 했던 LG증권 홍콩현지법인의 대형 미수사건에도 개입한 것으로 드러나 당시 사건이 이들 가짜 외국인의 '작전실패'사례였음이 확인됐다. 속칭 '검은 머리 외국인'으로 불리는 해외거주 내국인이 주가조작 혐의로 검찰에 고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증선위에 따르면 지씨 등은 지난해 6월 3일부터 7월 23일까지 자신이 관리하던 23개 계좌를 통해 2,449차례의 매매주문 등을 통해 코스닥등록기업인 O사 주식의 시세를 인위적으로 상승시켜 20억원의 부당 이득을 취했다. 이들은 또 지난해 8월7일부터 9월13일까지 자신들이 관리하던 13개 계좌를 통해 총 1,355차례의 고가 매수주문 등으로 코스닥기업 K사 주가를 올려 4억원의 부당이득을 얻은 혐의도 받고 있다.
한국인이 페이퍼컴퍼니인 역외펀드를 설립해 외국인 추종매매 성향이 강한 국내증시에서 주가조작을 벌여왔다는 것은 증시에서는 공공연한 비밀. 조사결과 지씨 등은 한국인이면서도 홍콩의 증권감독당국(SFC)에 투자자문사로 등록, 국내 증시에서 버젓이 외국인 행세를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투자자문사로 등록한 뒤에는 홍콩과 아일랜드, 말레이시아에 페이퍼컴퍼니인 역외펀드를 만든 뒤 국내 증권사 해외법인에 계좌를 개설해 본격적인 시세조종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특히 O사와 K사의 주식을 매집하면서 시세조종을 하는 과정에서 지분율이 5%를 넘기면 지분변동공시 의무가 생기기 때문에 최대 4.9%까지만 보유하는 치밀함을 보이기도 했다.
덕분에 O사의 경우 지난해 4월말 외국인 지분율은 28.21%였으나 3개월 뒤에는 47%로 높아지면서 주가도 4,000원 대에서 9,000원까지 올랐다.
K사 역시 지난해 8월6일까지 외국인 지분이 거의 없었으나 이들이 입질을 시작한 뒤 외국인 지분율은 2개월여 만에 27.8%까지 치솟았고 주가도 두 배로 뛰었다.
/변형섭기자 hispe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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