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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호씨 긴급체포 / 특검 "청와대서 대출압력"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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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호씨 긴급체포 / 특검 "청와대서 대출압력" 확인

입력
2003.05.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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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비밀송금 의혹사건을 수사중인 송두환(宋斗煥) 특별검사팀은 2000년 6월 이근영(李瑾榮) 당시 산업은행 총재에게 현대상선과 현대건설에 대한 5,500억원 불법대출을 지시한 혐의(직권남용)로 이기호(李起浩) 전 청와대 경제수석을 28일 긴급 체포했다.이 전 수석에 대한 긴급체포는 특검팀이 '청와대 대출압력'을 공식 확인한 것으로 대북송금이 '국민의 정부' 핵심부 주도로 이뤄졌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특검팀 관계자는 이날 "밤 11시35분께 이 전 수석을 긴급 체포했다"며 "향후 법률검토를 거쳐 영장청구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현재는 직권남용 혐의뿐이나 영장청구단계에선 혐의가 추가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 전 수석은 2000년 6월3일 이 전 총재 등과 가진 조찬간담회에서 "현대가 무너지면 '햇볕정책'과 남북경협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대출압력을 행사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검팀은 29일 이 전 수석과 이 전 총재간 대질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한편 이날 서울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적부심사에서 이 전 총재는 "2000년6월5일 김충식(金忠植) 당시 현대상선 사장이 사무실로 찾아와 '청와대로부터 전화를 받고 왔다'며 대출을 요청했다"고 진술했다. 이는 4,000억원 대출신청이 현대그룹의 자체 결정이 아니라 청와대 주문에 따른 것임을 의미하며 정부가 현대상선의 명의를 빌려 대북송금 자금을 조성했을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이날 재판부는 "구속영장 발부는 적법한 절차에 의해 이뤄졌다"며 이씨가 낸 구속적부심을 기각했다.

/노원명기자 narzis@hk.co.kr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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