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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등급제 있으나 마나/ 방송산업진흥원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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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등급제 있으나 마나/ 방송산업진흥원 보고서

입력
2003.05.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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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의 악영향으로부터 어린이·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해 프로그램별로 시청 가능한 나이를 표시하는 '등급제'가 지상파 드라마 부문에서는 전혀 실효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이 28일 펴낸 보고서 '프로그램 등급제의 효과와 문제점'에서 '인어아가씨'(MBC) '야인시대' '올인'(SBS) '무인시대'(KBS1) 등 인기 드라마 4편에 대한 지난해 8월∼올 3월 어린이·청소년 시청률 추이 분석을 토대로 이같이 지적했다.

이들은 모두 '15세 이상' 등급을 받은 드라마로 폭력성 비윤리성 현실 왜곡 등의 숱한 지적을 받아왔다. 그러나 조사기간 중 이들 드라마의 15세 미만 평균 시청률은 10.6%로 전체 평균 13.8%보다 약간 낮았지만, 10∼14세의 경우 12.4%로 큰 차이가 없었다.

'인어아가씨'는 드라마 등급제가 실시된 지난해 11월 이후 15세 미만 시청률이 10.3%에서 15.3%로 5% 포인트 늘어 14.4%에서 17.5%로 오른 전체 개인 시청률보다 증가 폭이 컸다. 특히 4∼9세 어린이 시청률이 매우 높아 지난해 11월 말과 3월 초에는 전체 시청률을 웃돌았다.

'야인시대'의 15세 미만 시청률은 16.1%로 전체 19.6%보다 낮았지만, 10∼14세의 경우 21.9%로 전체 평균을 웃돌았다. 또 등급제 실시 이후 15세 미만 시청률이 15.4%로 다소 줄었지만, 10∼14세는 여전히 전체(18.4%)보다 높은 20.2%를 기록했고 4∼9세 어린이는 11.03%에서 11.8%로 오히려 늘었다. 보고서는 "야인시대 청소년 시청률이 다소 준 것은 1월 주요 출연진이 교체됐기 때문으로, 드라마 등급제의 영향으로 볼 수 없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이와 함께 대부분의 드라마가 주말 오후에 재방송돼 어린이·청소년들에게 무방비로 노출되면서 등급제의 취지를 무색케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야인시대' 재방송의 15세 미만 시청률은 4.2%로 전체 4.6%와 엇비슷했으며, 10∼14세의 경우 5.6%로 오히려 높았다. 특히 10∼14세의 점유율은 49.9%에 달해 그 시간대 TV 앞에 앉은 이 연령대 청소년의 절반이 '야인시대'를 시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인'도 15세 미만 재방송 시청률은 3.9%로 전체 5.7%보다는 낮지만, 점유율은 40.2%로 전체 39.5%를 앞섰다.

강익희 책임연구원은 "제작이 아닌 유행에 대한 규제에 초첨을 둔 현행 등급제는 자칫 방송사의 유해 프로그램 제작에 면죄부를 주고 모든 책임을 부모에게 전가할 우려가 있다"면서 "유럽에서처럼 연령별 방송시간대를 구분하고 어린이·청소년 프로그램 쿼터제를 도입하는 등 보다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와 함께 등급제의 취지를 제대로 살리기 위해 기준을 보다 명확히 하고, 청소년에게 더 큰 영향력을 미치는 오락 프로그램과 시트콤에 대해서도 등급제를 확대, 실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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