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출범 100일을 앞두고 최근 상황에 대한 정부와 일부 언론의 인식은 아주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주요 사건들이 연일 언론에 대서특필되는 가운데 일부 언론은 최근 상황을 '국정위기', '국정혼란'으로 진단하고 있다. 반면에 정부는 일부 언론이 과도기적 갈등을 침소봉대해 위기감을 증폭시키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창동 문화관광부 장관은 "갈등을 조정하고 통합하는 것이 언론의 중요 기능 중 하나인데, 오히려 증폭시키고 위기론으로 발전시켜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했다.물론 지금 갈등이 전혀 없는데 언론이 없는 갈등을 억지로 만들어 보도하는 것은 분명 아닐 것이다. 언론은 그 속성상 사회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갈등을, 고발용이든 흥미 유발용이든 간에, 자주 다룬다. 이와 관련해 정부 등 이해 관계자들은 민감하게 반응하며 자신에게 유리한 논조를 바라겠지만 언론은 독자의 관심을 끄는 게 우선 관심사다.
그러나 언론은 사회갈등과 관련, 단순한 보도에 그쳐선 안되고 이를 조정하여 여론을 올바르게 조성하고 통합하는 데도 기여해야 한다. 이는 영향력과 책임을 함께 지닌 현대 언론의 기본 역할이다. 언론이 이를 도외시한 채 갈등 지향적 보도에만 치중하는 것은 선정주의나 상업주의 보도를 낳고 때로는 문제의 본질을 오도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각종 정책들을 검토하고 선택하는 과정에는 자기 이해를 바탕으로 한 다양한 주장과 집단적 요구 행위가 나오기 마련이고 때로는 서로 충돌해 갈등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이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정상적인 현상이다. 그런데 이런 갈등을 마치 있어서는 안 되는 일처럼 무턱대고 비난하는 것은 민주사회에서 국민 각자의 권리를 부정하는 행위다.
문제는 언론이 사회갈등을 다루면서 본질을 제대로 짚지 않고 표면적으로 나타나는 갈등에만 주목하는 경우이다. 그러다 보면 마치 갈등이란 애당초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처럼 아주 부정적인 모습으로만 독자들에게 비쳐진다. 이것은 사건에 대한 독자의 판단을 흐리게 할 수 있다. 언론이 사회갈등을 자신의 시각에 따라 비판을 하고 말고는 스스로 판단할 일이다. 하지만 어떤 경우든 독자들이 문제의 본질과 전모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도록 기사를 쓰고 공정한 제목과 용어를 달아야 한다.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사태만 하더라도 언론이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짚었는지 의문이다. 언론을 통해 필자가 얻은 정보라고는 NEIS를 둘러싼 다양한 문제점과 의견들의 진단보다는 전교조의 연가투쟁과 교육부 사이에 벌어지는 힘겨루기 모습뿐이다. 일례로 국가와 학교 중 누가 교육정보 관리의 주체로 타당한 지 하는 문제만 해도 언론에서 거의 다뤄지지 않았다. 이는 정보화사회에서의 개인정보보호 측면에서 핵심 쟁점이다.
교육부가 NEIS에서 인권침해 가능성이 큰 3개 영역을 제외한다고 한 결정에 대해서도 일부 언론은 여전히 'NEIS 폐기'라는 제목을 달았는데 정확한 표현인지 의문이다. 뿐만 아니라 '교육계 대란', '전교조에 굴복' 등의 제목들도 독자에게 사건의 성격에 대하여 편향된 단정을 주입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이처럼 사건의 본질보다는 갈등지향적 대립구도만 부각시키는 언론보도로 독자들이 전교조를 사회갈등과 위기를 조장한 주범으로, 이를 수습치 못한 정부는 무능력자로 생각하는 건 너무나 자연스럽지 않은가.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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