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블록버스터 영화들이 해외 판로 확대에 열을 올리고 있다. 우리 영화 흥행작이 외국에 배급권이나 리메이크 판권을 판매한 경우는 적지 않지만 최근에는 국내 개봉 이전 영화 제작 단계에서부터 판권 판매 및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내년 설 개봉 예정인 '태극기 휘날리며'(감독 강제규)는 칸 필름 마켓을 통해 유니버셜 픽쳐스 재팬(UPJ)과 스칸디나비아 노블 앤 파트너사에 배급권을 각각 판매했다. 강제규 필름은 "유니버셜 픽쳐스 본사가 적극적 관심을 갖고 있어 향후 유니버셜 픽쳐스 미주 및 유럽 시장의 판매, 배급까지도 낙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영화는 일본 내 프로모션도 발 빠르게 준비, 일본의 한 관광회사와 손잡고 패키지 상품을 만들어 23일 일본 관광객 400여명이 촬영장인 경주를 다녀갔다. 일본의 한국 관광 상품은 대략 5만엔 정도인데 비해 이 관광 상품은 13만5,000엔이었다. 한국 영화 및 강제규 감독, 배우 장동건 원빈에 대한 호기심을 관광상품으로 '가공'한 사례다.
지하철을 소재로 한 재난 영화 '튜브'도 최근 칸 필름 마켓에서 일본을 포함한 8개국에 200만 달러에 판매됐고, 이미 시놉시스(간략한 줄거리)만으로 중국, 태국 등에 사전 판매됐다. 일본 배급권을 사들인 쇼치쿠(松竹) 영화사는 내년 일본 전역에서 이 영화를 개봉할 계획이다.
호러 영화 '장화, 홍련'은 프랑스 배급사가 포스터 이미지만 보고 10만 달러에 배급권을 샀으며, 칸 필름 마켓을 통해 일본 70만 달러를 포함, 100만 달러의 사전 판매고를 올렸다. 국산 애니메이션 '원더풀 데이즈'는 프랑스에 배급권이 50만 달러에 팔린 것을 비롯, 4개국에 판매됐다.
박찬욱 감독의 '올드 보이'의 외국 판권 판매 추이는 더욱 흥미롭다. 프랑스 한 배급사가 6만 달러에 배급권을 구매했고, 일본측 몇몇 영화사로부터 배급권 및 리메이크 판권 구입 제안을 받고 있다.
일본 만화가 원작인 영화의 리메이크 판권을 일본에서 적극적으로 구매하려는 움직임이 특이하다. 김동주 쇼이스트 대표는 "미국의 버라이어티, 스크린 인터네셔널 등 영화, 영화산업 전문지가 한국에 특파원을 파견할 정도로 한국 영화 시장의 움직임을 외국 영화인들이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일단 외국에서 한국 영화의 '품질'을 인정하기 때문에 사전 판매 조건이 성사된다는 설명이다.
국내 영화사들이 해외 판매에 열을 올리는 것은 사전 판매 사실 자체가 국내 흥행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판권 판매는 국내에서 투자자금을 모으는 데도 호재로 작용한다. 더욱이 비디오 및 DVD 판매에 따른 수익이 제작비에 비해 턱없이 적은 편이라 극장 흥행 수입을 제외한 수익원으로서 해외 판권 판매는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 때문에 각종 영화제 및 필름 견본시에서의 마케팅은 물론 다양한 네트워크를 통한 '협상력' 강화가 한국 영화의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게 됐다.
/박은주기자 jup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