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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금연記]강정영 국세심판원 상임심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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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금연記]강정영 국세심판원 상임심판관

입력
2003.05.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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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중반 어느 국제회의에 참석했을 때의 일이다.복도에 서서 창 밖을 바라보며 줄지어 담배를 피우다가 문득 주위를 둘러 보았다. 아시아계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나도 당시 골초였지만 스트레스가 많은 후진국 사람들이 담배를 많이 피는구나 하는 생각을 금할 수가 없었다. 그 후 금연을 결심할 때마다 복도에 늘어서 담배를 피우던 동남아인들의 모습이 먼저 떠오르곤 했다.

지금까지 나 스스로 금연을 결심한 적은 많아도 남에게 금연을 권유한 적은 없다. 여러 차례 금연을 실패한 아픈 경험 때문이다. 첫번째 금연 결심은 84년 10월 미국서 국비유학을 할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인디애나 대학의 대학원과정에서 경제학을 배우는데 온통 수학적인 지식을 요구하는 내용이었다.

10년 만에 다시 공부를 하는 나로서는 무척 힘들었다. 첫 중간고사를 치르기 전 날 줄담배를 피우며 끙끙대면서 밤을 꼬박 새웠다. 도서관에서 잠시 자리를 정리한 후 시험을 치를 셈으로 입에 담배를 문 채 주차를 하다가 사고를 냈다. 브레이크를 밟는다는 것이 엉겁결에 액셀러레이터를 세게 밟아 마주보고 주차돼 있던 두 대의 차와 충돌한 것이다. 다행히 차가 크게 파손되지는 않았고 다친 데도 없었지만 조금 있다가 나타난 차 주인들에게 얼마나 미안했는지 모른다.

이러한 불상사가 과도한 흡연에 있고 이대로 더 피우다가는 무슨 일이 일어날 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딱 끊을 자신은 없어서 시험이 끝나는 하루만 안 피우기로 했다. 그 이튿날도 하루만 더 담배를 참기로 했다. 그리고 '하루만 더…'가 성공 해 일단 금연을 하게 됐다.

그로부터 3년 후의 일이다. 과장 승진을 하기 위해 한 달 정도 직무관련 교육을 받은 뒤 평가시험에서 운 좋게 1등을 해 60만원의 포상금을 받은 것이 화근이었다. 그날 밤 같은 분임에서 교육을 받았던 10여명과 회식을 하는 데 소주 몇 잔이 돌고 난 뒤 후일 목포시장을 지낸 분이 "기분 좋은 날인데 담배 한 대 피우라"고 권하는 것이었다. 그 바람에 담배 한 개비를 3년 만에 무심코 피웠다. 그랬더니 다음날 바로 한 갑을 다시 피우게 됐다. 담배 한 개비가 공들인 금연을 한 순간에 허사로 만들 수 있다는 교훈을 그때 얻었다.

그 이후에도 해외근무를 하면서 1년간 금연하다가 귀국해 다시 피운 적이 있고, 1∼2개월의 금연은 서너번 한 것 같다. 어렵게 끊었다가 다시 피우는 게 싫어서 아예 '마음 놓고 피자'고 작심한 적도 있다.

그러다가 2001년 11월 갑자기 침을 삼킬 때마다 목에서 뭔가 걸리는 느낌이 한 달여간 지속됐다. 심상치 않은 느낌이 들어 병원에 가 검진을 받았더니 의사가 더 이상 담배를 피우면 후두암은 물론이고 모든 것을 각오하라고 경고 하는 것 아닌가. 나는 그날로 담배를 끊었다. 담배를 피우지 않는 동료들의 눈총과 식구들의 강요에도 불구하고 하루 두세 갑씩 피던 담배를 몸에 이상이 생긴 후에야 비로소 끊게 된 것이다.

이제 다시 금연 때문에 괴로워 할 일은 없을 것 같다. 금연은 누구보다도 자신을 위해 결심해야 될 일이다. 한가지 꼭 하고 싶은 말은 '담배를 피우면 스트레스가 해소된다'는 것은 전혀 근거가 없다는 사실이다. 금년에는 모두 꼭 금연하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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