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경기 여성을 위한 호르몬 대체 요법(HRT)은 득인가 실인가.미국 의학협회지(JAMA) 최신호(28일자)에 실린 연구 보고서 한 편이 이 논란에 또다시 불을 붙였다. 미국 웨이크 포리스트 대학 의과대학의 샐리 슈메이커 박사는 65세 이상의 여성이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프로제스틴을 함께 복용할 경우 노인성 치매인 알츠하이머병과 혈관성 치매에 걸릴 가능성이 2배 이상 높아진다고 발표했다.
슈메이커 박사는 치매 증상이 없는 미국의 65세 이상 여성 4,530명을 두 집단으로 나누어 한 그룹에만 복합 호르몬 제제인 '프렘프로'를 하루 한 알씩 투약했다. 4년 뒤 모두 61명의 치매 환자가 발생했으며, 프렘프로 그룹과 비 프렘프로 그룹에서 각각 40명(66%)과 21명(34%)이 나왔다. 4년 이상 복용 시에는 두 집단의 치매 발생률 차이가 3배 이상으로 벌어졌다. 두 집단의 건망증 발생률은 거의 차이가 없었다.
이 결과는 호르몬 대체 요법이 치매는 물론 기억력 감퇴 등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는 지금까지의 학설을 뒤집는 것이다. 학계에서는 10여년 전부터 에스트로겐 등이 세포 파괴를 억제하고 혈액 순환을 촉진해 폐경기 여성의 지적 능력을 유지시킨다고 믿어 왔다. 슈메이커 박사는 "오히려 호르몬제 장기 복용이 여성의 뇌에 이상을 일으키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이 결과가 65세 이하의 여성, 피부에 붙이는 호르몬 패치나 바르는 크림 사용자들에게도 적용되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로써 지난해부터 시작된 호르몬 치료의 효과를 둘러싼 논란이 재가열될 전망이다. 미 국립보건연구원(NIH)은 지난해 7월 임상실험 결과 장기간의 복합 호르몬 요법이 심장병 유방암 뇌졸중 등을 유발한다고 밝혔고, 폐혈전 자궁암 요실금 등 각종 부작용을 경고하는 연구 결과들이 잇달아 발표됐다. 주디스 살레르노 미국 노화학회 부회장은 "치매 예방을 위해 이런 위험을 감수해 온 여성들은 즉각 의사와 상의하라"고 충고했다.
슈메이커 박사의 연구 결과를 반박하는 의견도 나왔다. 미국 알츠하이머학회의 메릴린 앨버트 회장은 "실험 대상 여성이 치매에 걸린 것은 4년이라는 세월이 흘렀기 때문이지 호르몬 치료 때문이 아니다. 치매의 유일한 원인은 노화"라고 말했다. 미 식품의약국(FDA)과 대한 골다공증학회 등은 "안면 홍조, 다한증 등 갱년기 장애 치료를 위해 호르몬 대체 요법을 단기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안전하다"고 밝힌 바 있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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