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한국의 교육행정은 무정부 상태에 빠졌다. 교육당국이 26일 교육행정정보화시스템(NEIS)을 버리고 종전 시스템(CS)을 쓰기로 결정하자, 가장 큰 교직원 단체인 한국교총과 학부모 단체들이 윤덕홍 부총리 퇴진을 요구하고 나섰다. 교육인적자원부 직원들까지 조직적으로 반발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져, CS로의 복귀 작업이 착수도 되지 않은 가운데 정치권까지 NEIS 찬반 양론으로 나뉘어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윤 부총리가 또 말을 바꾸어, 정말 뭐가 뭔지 모를 혼돈의 극치를 연출했다. 윤 부총리는 28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6개월 동안 잠시 NEIS를 중단하자는 것이지, CS로 돌아간다는 뜻이 아니라고 말했다. "NEIS가 CS보다 훨씬 견고한 보안성을 갖고 있다. CS는 아무래도 불안하고 학교마다 방화벽을 설치해야 하는 문제점이 있다. 앞으로 6개월 동안 연구해 NEIS를 민주적인 시스템으로 운영하겠다"는 말은 26일의 발표를 뒤엎는 발언으로 볼 수밖에 없다.그는 한국교총의 연가투쟁 선언에 관한 질문에는 원칙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연가투쟁을 하면 징계를 하겠다는 말로 들린다. 과연 그럴 수 있을까. 전교조의 연가투쟁 위협에 굴복한 교육부가 온건한 단체라고 원칙대로 처벌하겠다면, 그 정도 반발은 두렵지 않다는 얘기인가.
지금 일선 교사들은 교육부 얘기는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지 않을 정도가 됐다. 정보화 담당 교사들은 노골적으로 "또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데 교육부 시키는 대로 하면 나만 손해 본다"고 말하고 있다. 교장· 교감들은 물론이고, 교육감들도 이래선 안 된다고 말한다. 취임 이후 열흘이 멀다 하고 말을 바꾼 것을 본인 스스로 잘 알 것이다. 윤 부총리는 26일 기자회견 때 "책임질 일이 있으면 지겠다"고 말했다. 이제 그 약속을 지킬 때가 된 것 같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