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 심은 데 콩나고 팥 심은 데 팥난다.''씨도둑은 못한다.' 유전이라는 만고불변의 법칙을 설명하는 우리나라 속담이다. 스포츠에도 이 같은 섭리가 통한다. 독일 분데스리가를 누비던 '황색폭격기' 차범근 전 축구국가대표 감독(차두리), '미스터 올스타' 김용희 전 롯데 감독(김재호), '아시아의 물개' 조오련(조성모) 등 스포츠 스타 2세들의 활약상이 눈부시다. 아버지의 스포츠DNA를 고스란히 물려받은 이들은 차세대 스타자리를 벌써 예약해둔 상태. 타고난 재능과 열정으로 코트와 그라운드를 누비며 '스포츠 가업'을 잇고 있는 '부전자전' 세상 속으로 들어가 봤다.
주체할 수 없는 끼…피는 못속여
4전5기 신화의 주인공인 홍수환씨의 아들 대니 홍(23)은 어릴 때부터 복싱은 물론 야구와 미식축구 등에서도 다양한 재능을 보인 만능 스포츠맨. 그러나 그는 '매맞는 아들'을 보고 싶지 않는 부정(父情)을 뿌리치고 고교 졸업 이후 사각의 링으로 뛰어들었다. 혈관을 타고 흐르는 '파이터'의 본능을 숨길 수 없었던 것이다. 2000년 5월 프로 데뷔전에서 그는 한 차례 다운을 당하고도 2회 통쾌한 역전 KO승을 거둬 아버지의 근성까지 물려받았음을 보여줬다. 대니 홍은 지난해 미국 프로복싱에 데뷔, 현재 3전3승(2KO)의 전적으로 2대 챔프의 꿈을 이어가고 있다.
나도 홈런타자
현역 프로골퍼인 김재호(21·동국대 사회체육과)씨는 김용희 전 롯데 감독의 아들. 1m80㎝, 71㎏의 체격으로 최장신 야구선수였던 아버지의 신체조건을 물려받은 김씨는 홈런타자였던 아버지처럼 드라이버 샷 비거리도 300야드를 가볍게 넘기는 장타를 과시하고 있다.
김재박(현대) 감독의 아들 김기현(20)씨도 프로골프 입문을 눈앞에 두고 있다. 건국대 골프지도학과 3학년에 재학중인 김씨는 서울 오금고 2학년말부터 본격 골프에 입문, 현재 70타 안팎의 성적을 보이고 있다.
유승안(한화)감독의 큰 아들 원상(17)은 천안 북일고에서 메이저리그 진출의 꿈을 키워가고 있다. LA 유학 시절 지역언론으로부터 고교 유망주로 꼽히기도 했던 원상은 182㎝, 82㎏의 당당한 체격에 최고구속이 146㎞에 달할 정도의 강속구를 자랑한다. 부산고는 '리틀 롯데'를 연상케 한다. 1984년 한국시리즈 7차전 역전 3점 결승홈런의 주인공 유두열(전 롯데자이언츠)의 아들 유재준, 유재신 형제를 비롯해 조성옥(전 롯데자이언츠)부산고 감독의 아들 조찬희가 모두 부산고 야구선수로 뛰고 있다.
대잇는 장신가족
농구코트에서도 스포츠 대물림은 활발하다. 미국 프로농구(NBA) 진출을 준비중인 하승진(삼일상고·223㎝)과 최근 일본귀화를 결정한 하은주(일본 도쿠하단대) 남매는 전 농구 국가대표였던 아버지 하동기씨의 자녀들이다.
이외에도 김동광(수원 삼성) 감독의 아들 김지훈은 고려대에 입학, 농구가족의 대를 잇고 있고 이충희 고려대 감독의 아들 준기(11)는 리틀야구에서 홈런타자로 명성을 날리고 있다.
70년, 74년 아시안게임 포환던지기에 출전, 연속 금메달을 따내며 '아시아의 마녀' 불린 백옥자씨의 딸 김계령(23·삼성생명)은 모전여전 케이스. 숭의여고 3학년때 국가대표로 뽑힌 김계령은 지난해 부산아시안게임 여자농구대표팀의 주전 센터로 활약했다.
빼어난 미모…미스코리아 배출도
신치용(삼성화재배구단)감독의 딸 신혜인(18·숙명여고)은 185㎝의 장신에 모델 뺨치는 미모로 벌써부터 농구계의 신데렐라로 주목받고 있다. 어머니 전미애씨도 여자농구 국가대표 출신. 강만수(전 현대캐피탈)감독의 아들 성준(18), 성호(15)군은 각각 배구와 야구선수의 꿈을 키우고 있다.
프로농구 원년 97년 원주 나래(현 TG)의 감독 최명룡씨의 딸이 올해 미스코리아 진에 뽑힌 최윤영(20·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대 심리학과1년)씨로 밝혀져 눈길을 끌고 있다.
대를 이은 태극마크
축구에선 차범근씨의 아들 차두리(22)가 아버지의 대를 이어 국가대표로 뽑혀 맹활약하고 있다. 현재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활약하고 있는 차두리는 93년 울산 현대중에 진학하면서 본격적으로 축구 선수의 길로 들어섰고 지난해 한일 월드컵때 히딩크호에 승선, 최전방 공격수로 뛰기도 했다. 수영에선 아시안게임 수영 2관왕을 차지한 조오련의 아들 조성모(18·고려대)가 유일하다. 올해 멕시코로 수영유학을 떠난 조성모는 지난해 부산아시안게임 자유형 1,500m에서 은메달을 따내며 아버지의 대를 잇는 힘찬 물살을 가르고 있다.
/최형철 기자 hcchoi@hk.co.kr
■ 외국의 2세선수들
미 프로야구 단일 시즌 최다홈런(73개)기록 보유자 배리 본즈(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사진), 통산 472개의 홈런을 쏘아올린 캔 그리피 주니어(신시내티 레즈), 여자 프로복서 라일라 알리, 축구 선수 마라도나 주니어. 해외 스포츠 스타의 대표적인 2세들이다.
현역 메이저리거가운데 최고의 거포로 인정받고 있는 배리 본즈의 아버지 바비 본즈. 배리만큼은 아니지만 아버지 바비도 메이저리그에서 알아주는 호타준족의 선수였다. 바비는 1973년 홈런 1개가 부족해 메이저리그사상 최초로 '40홈런-40도루'기록 달성에 실패했다. 하지만 아들 배리가 96년에 40―40클럽에 가입, 아버지가 현역시절 이루지 못한 한을 풀었다.
행크 아론의 통산 최다홈런(755개)기록을 깨트릴 선수로 지목받고 있는 캔 그리피 주니어의 아버지 캔 그리피 시니어도 70년대 신시내티의 전성기를 이끈 주포로 부자가 대를 이어 빅리그를 주름잡고 있다.
아르헨티나 출신의 세계적인 축구스타 디에고 마라도나의 아들 디에고 마라도나 주니어도 2대째 가업을 잇고 있다. 이탈리아 세리에B 나폴리 유소년팀 소속인 마라도나 주니어는 14세때 이탈리아 17세 이하 대표팀에 뽑혔을 정도로 뛰어난 기량을 인정 받고 있다.
전설적인 복서 무하마드 알리의 막내딸 라일라는 아버지 못지않은 철권을 앞세워 여자프로복싱계를 평정했다. 국제복싱협회(IBA) 슈퍼미들급 챔피언인 라일라는 1970년대 초 아버지의 라이벌이었던 조 프레이저의 딸, 재키 프레이저와 대를 이은 주먹대결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최형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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