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하용출의 국제潮流]북핵, 동아시아 태풍의 눈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하용출의 국제潮流]북핵, 동아시아 태풍의 눈

입력
2003.05.28 00:00
0 0

찰머스 존슨 교수는 최근 저서 '역풍'(Blowback)에서 미국의 냉전 및 탈냉전기의 외교정책을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요지는 미국이 냉전 기간 소련과 체제 경쟁을 벌이면서 무원칙하게 벌인 비밀 공작과 경제 정책이 냉전 이후 역풍이 되어 미국을 되잡고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탈냉전 이후 '방자한 제국'이 된 미국이 냉전 시기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또 다른 역풍의 씨앗을 뿌리고 있는 데 대한 경고다. 특히 지역 고유의 문화와 사회구조에 대한 이해 없이 국제통화기금(IMF)을 통해 무자비하게 실시한 구조조정 등이 이미 반미 감정의 불씨를 심어 놓고 있다고 비판한다.

존슨은 미국에게 새로운 사고가 절실히 필요한 지역으로 동아시아를 들고 있다. 냉전시대 미국의 종속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일본, 새로운 경제 강국으로 등장을 예고하는 중국, 통일을 위해 몸부림치는 한국, 새로운 경제 중심지로 떠오르는 동남아시아에서 미국이 취하고 있는 전통적인 군사적 접근을 비판하면서,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미국의 정통성을 확보할 수 있는 외교 전략과 스타일 개발을 주장하고 있다.

특히 한반도와 관련, 북한에 대한 군사적 우위 정책을 포기하고 대북 친분 관계를 수립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이와 함께 미국이 중국을 봉쇄할 수 있다고 자만하지 말고, 한반도 통일을 통해 한국이 이 지역의 균형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주한미군의 철수까지 고려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북한을 국가미사일방어(NMD)나 전역미사일방어(TMD) 체제 개발의 구실로 삼아, 일본과 긴밀한 군사관계를 유지하려는 미국의 전략은 북한보다 미국을 더 불량한 국가로 만들게 될 위험하고도 불법적 사고라고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북한 핵 문제와 연계해서 생각해 보면, 이러한 존슨의 비판은 우리가 지나치게 북한 핵 문제의 해결에만 몰두한 나머지 미국이 이 지역에서 가지고 있는 중장기 전략이 북핵 문제 해결 과정에 미칠 영향과, 동시에 그 반대로 북핵 문제의 해결 과정이 미국의 전략과 지역정세에 미칠 파장을 너무 소홀히 생각하고 있다는 점을 상기시켜 주고 있다.

존슨의 비관적 견해에 따르면 미국은 북한 문제를 군사적으로 해결하려 들 것이고 궁극적으로 북한 정권의 궤멸과 교체를 예상케 한다. 이런 과정에서 미·일 군사적 연합은 강화될 가능성이 있고, 미국은 한반도에서의 압도적인 영향력을 기초로 중국에 대한 봉쇄를 시도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이 경우 한국은 어렵고도 미묘한 선택에 직면할 것이다.

이와 반대로 북핵 문제가 중국 등의 외교적 설득을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되면 북한에 변화가 시작될 수 있고, 궁극적으로 평화공존적 통일 단계로 진입할 가능성이 생기면서 지역적으로 복잡한 세력균형을 위한 움직임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동아시아 지역에서 미군의 지위와 기능에 관한 활발한 논의가 일어나면서 한반도는 주변국가의 관심의 초점이 될 것이다.

다시 말해, 북핵 문제가 풀리는 방식과 내용에 따라 동아시아 지역의 중장기적 질서의 성격이 결정될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북핵 문제는 단순한 핵 문제로 끝나지 않는, 우리 안보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북핵 문제가 평화적으로 해결되어야만 하는 또 다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서울대 외교학과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