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후 치안부재에 따른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의 최대 피해자는 여성이다.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26일 바그다드에서 납치와 강간이 속출하는 바람에 여성들이 외출은 물론 등·하교길 조차 가족들의 '경호'를 받아야 할 만큼 불안 속에서 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지금까지 아랍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수도로서 여성의 사회활동이 활발했던 바그다드가 최근 성폭력 범죄 급증으로 외출하는 여성을 볼 수 없을 정도로 삭막해졌다고 말했다. 일부 가장들은 딸의 안전을 위해 교대로 학교에서 보초를 서는 상황이다. 이들은 학교 주변을 배회하는 낯선 사람들이나 저속운행 차량 등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 발 더 나아가 바깥출입을 않도록 아예 휴학까지 시키며 '딸 간수'를 하는 모습도 보인다. 택시 운전자 지아드 후세인 알리는 "딸이 학교에 다니는 것도 중요하지만 안전이 우선"이라며 1년간 휴학시키기로 했다고 밝혔다.
2명의 여고생 딸을 둔 무하마드 압델 하산은 "정말로 치안부재 상태이다. 납치와 강간 소문이 끊임없이 들린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불구하고 집안 여성의 강간피해를 수치로 여기는 문화적 습관 때문에 성범죄 사건은 제대로 집계되지 않고 있다. 일부 시민들은 "최근에만 많게는 100여 건의 강간범죄가 발생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바그다드 주민들은 미군이 시내 치안을 장악하지 못한 상황에서 기존 경찰조직이 붕괴한 바람에 범죄자들이 날뛰게 됐다고 원망하고 있다. 해방군을 자처하며 진주한 미·영 연합군이 최소한의 민생조차 보장해주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배연해기자 seapower@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