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등대/"장학금 할머니" 하늘로… 高大 "눈물" 식당으로 번 돈 10년간 기증… 총장도 문상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등대/"장학금 할머니" 하늘로… 高大 "눈물" 식당으로 번 돈 10년간 기증… 총장도 문상

입력
2003.05.28 00:00
0 0

27일 오전 7시 고려대 본관 앞. 10여년간 가정 형편이 어려운 고대생을 돕다 25일 75세의 나이로 귀천(歸天)한 김영희 할머니의 영정을 앞세운 운구차가 들어서자 할머니의 도움으로 학업을 이어온 학생들은 눈물을 쏟아냈다.김 할머니가 매년 1,000만원 가까운 장학금을 고대에 기탁한 것은 1994년부터. 그는 지병인 당뇨가 악화해 지난달 중순 병원에 입원하기 전까지만 해도 매년 학생들을 직접 만나 장학금을 전달했다. 그동안 지원한 장학금만 8,800여만원에 이른다. 아들 박성모(52)씨는 "평소 어머니는 '맘껏 공부하고 싶지만 가정 형편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은 도와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김 할머니는 황해 개성시가 고향인 실향민이다. 그는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51년 1·4 후퇴 때 월남, 서울에 정착한 뒤 동대문구 용두동에 한식당 개성집을 열고 40년간 직접 식당을 운영했다. 담백한 맛의 개성식 만두와 순대를 파는 이 식당은 소문난 맛집으로, 고대 교수들도 단골이었다. 평소 "형편이 나아지면 누군가 돕고 싶다" 던 김 할머니의 말에 단골 교수들이 조언을 하면서 장학사업은 시작됐다. 고대 학생지원부 장학 담당 최한기(38) 씨는 "할머니는 식당 사정이 어려울 때도 장학금은 전달하는 등 지극 정성이셨다"고 회고했다.

25일부터 할머니의 빈소가 차려진 고대안암병원에는 그동안 장학금 혜택을 받았던 16명의 재학생과 졸업생 등과 함께 어윤대 고대 총장도 찾아와 문상을 했다. 2학년 때부터 장학금을 받아 온 구검용(25·지구환경과학 4년)씨는 "편찮으신 할머니께서 병원에 입원해 계시는 동안 자주 찾아 뵙지도 못했는데 이렇게 돌아가시니 죄송한 마음 뿐"이라고 머리를 조아렸다. 아들 박씨는 "어머니의 유지를 받들어 형편이 어려운 이웃과 학생들을 돕는데 계속 힘을 쏟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