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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띠 위에 개띠" 4년 연속공연 이 도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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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띠 위에 개띠" 4년 연속공연 이 도 경

입력
2003.05.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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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반 형사들의 애환을 다룬 영화 '와일드카드'의 시사회장. 감독은 열연을 한 조연 배우에게 나가서 무대 인사를 하라고 권했다. 배우는 한참을 머뭇거렸다. "영화는 거의 처음인데 사람들이 나를 알아볼까"라는 생각에서였다. 그러나 양동근, 정진영, 한채영 등 주연 배우와 함께 무대에 올라가자 관객은 그의 이름을 연호하기 시작했다.안마시술소 사장 도상춘 역으로 코믹한 연기를 선보여 와일드카드의 '히든 카드'라는 평을 얻은 연극배우 이도경(50)씨는 "연극을 본 관객들이 저를 기억해 영화도 많이 보러 오셔서 놀랐다"고 말하지만 팬이 많은 것은 당연하다. 그가 출연한 연극 관람객만도 수십만명은 될 만큼 대학로에서 알아주는 코미디 배우이기 때문이다.

1인 8역을 맡아 3년 6개월이나 장기 공연한 연극 '불 좀 꺼주세요'에 이어 연출과 주연을 맡은 '용띠 위에 개띠'는 30일로 만 4년 째 연속공연에 접어들어 대학로 사상 최장기록을 경신한다. 1997년 초연 때부터 IMF 때 잠시 막을 내린 기간까지 감안하면 5년이 넘는다. 경사가 겹친 셈이다. 인터뷰 하는 동안 잇달아 걸려오는 인터뷰 요청 전화가 그의 인기를 드러냈다.

조금도 서로 지지 않으려고 온갖 내기로 아옹다옹 다투는 52년 생 용띠 남편과 58년 생 개띠 아내의 모습을 그린 '용띠 위에…'는 자신의 부부 이야기를 오랜 친구인 이만희 작가가 각색했다. '와일드카드' 출연도 이만희 작가가 영화의 대본을 쓸 때 그를 염두에 두어 이뤄졌다. 띠 동갑인 부인은 10여년 전 배우와 관객 사이로 만났다. 동네도 같아 인연이라며 만난 지 1년 만에 장인은 딸을 덜컥 배우에게 시집 보냈다. 부인은 지금도 그의 든든한 팬이고 여자 연기자의 정형화한 연기에 불만이 많은 날카로운 관객이기도 하다.

"연극에서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한 번도 빠지지 않고 혼신의 힘을 다해 연기해 15만 명 이상이 관람했습니다. 영화에서는 제 연기의 40%만 보여줬어요. 그런데 영화는 금,토,일 3일 동안에 30만이라니 허허…" 아쉬운 게 당연하다. "연극은 29년 전 데뷔 시절에도 불황이었다"는 말처럼 어찌보면 배고픈 일이었다. 더욱이 부모님 별세 소식을 연극무대에서 들어야 할 정도로 쉴 틈 없이 바빴다.

그러나 연극에는 묘한 마력이 있다. "제가 서울예전(현 서울예대) 영화과에 다닐 때 연극과 출신인 신구 선배님 연기를 드라마센터에서 봤어요. 아, 연극이란 저런 것이구나 하는 느낌이 왔습니다." 대학로 30여 개 극장 중 절반이 쓰러졌다는 2000년에 어렵게 산 집을 담보 삼아 이랑씨어터를 인수했을 때는 모두 미쳤다고 했다. 그러나 "저기 못질은 제가 직접 했습니다. 여기 페인트칠도 마찬가지고요. 제 극장에서 제 작품을 하지 않습니까"라며 150여 석의 아담한 극장을 소개하는 그의 얼굴을 해맑았다. "배우는 정년퇴직이 없다"며 요즘도 아침에 일어나면 1시간씩 꾸준히 운동을 한다. 술도 자제를 하고 담배도 거의 끊었다. 조금이라도 무대에 오래 서기 위해서다.

"어쩌다 보니 코미디를 주로 하게 됐지만 개성이 강하고 독특한 연기를 하고 싶습니다. 악역이라도 연민이 가는 악역 같은 거요. 무대 위에서 사랑 받는 배우로 남고 싶습니다."

/홍석우기자 muse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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