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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금연記]이영화 경찰청 공보담당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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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금연記]이영화 경찰청 공보담당관

입력
2003.05.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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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전3기의 금연은 지난해 말부터 시작됐다. 금연 5개월이 지난 지금, 나는 이제 감히 금연에 성공했다고 장담할 수 있다. 어떤 스트레스가 몰려 오거나 술 자리에 앉더라도 담배의 유혹을 떨칠 수 있는 자신감이 생겼다. 이젠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한결 수월해졌다. 건강도 눈에 띄게 좋아졌다. 그러나 자신감과 의지력의 회복이야말로 내가 금연을 통해 얻은 소중한 자산이다. 금연의 계기도 바로 의지력을 시험하고픈 욕구 때문이었다.담배를 처음 배운 것은 고 3때로, 상당수 흡연자들과 별반 다를 게 없다. 또 담배에 대한 야릇한 향수도 아직 남아있다. 논산훈련소에 입소해 고된 훈련을 받으며 중간중간 휴식시간에 빼어 물던 화랑담배의 구수한 맛, 빈털터리 상태로 휴가를 나와 지하철 역에서 꽁초를 주워 피던 기억 등은 지금 생각해도 새롭기만 하다. 경찰에 입문한 뒤로도 흡연은 계속됐지만 건강을 해칠 정도는 아니었다. 많아야 하루 한 갑 정도였다.

처음 담배를 끊으려고 시도한 것은 담배를 배운지 20년이 지난 1989년께였다. 함께 근무하던 나이많은 주임(경위) 한 분이 "함께 금연이나 해 보자"고 권유해 그 자리에서 담배와 라이터를 쓰레기통에 버렸다. 그런데 하루 이틀 지나면서 이상한 증상이 나타났다. 가슴에서 치솟는 신경질과 짜증을 억누르지 못하고 그대로 표출하면서 주변 사람들과 괜한 시비가 늘어난 것이다. 일종의 금단 증상이었던 셈이다. 참다 못한 아내는 "차라리 담배를 다시 피우세요"라며 오히려 흡연을 권고하고 나섰고, 첫번째 금연 시도는 일주일 만에 물거품이 됐다.

다시 담배를 피우기 시작하자 이상하게도 흡연량이 크게 늘었다. 이전에는 하루 한 갑이면 충분했는데 한번 금연을 시도했다 실패한 뒤에는 두 갑도 모자랐다. 피워대는 담배 개피가 늘면서 건강에 대한 걱정도 함께 늘었지만 담배를 끊기는 역시 쉽지 않았다. 그러다 전국적으로 금연 열풍이 몰아닥친 95년 두 번째 금연 기회가 찾아 왔다. 당시 금연침이 선풍적인 인기였는데, 마침 경찰청에서도 금연침 무료시술 행사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무작정 시술을 받았다. 등과 허리, 종아리에 놓은 침은 아프지도 않았고 금단 증상도 없었다. 그러기를 한 달, 나는 금연에 성공한 줄로만 알았다. 그러나 총무계장으로 재직하면서 받는 과중한 업무 스트레스 때문에 금연 의지는 술자리에서 허무하게 꺾이고 말았다.

두 번째 금연에 실패하자 흡연량은 다시 늘어 이젠 하루 세 갑도 부족했다. 몸에 무리가 나타난 것은 당연했고 고육책으로 '인체에 해가 가장 적은 담배를 피자'는 잔꾀까지 생각했다. 니코틴과 타르 성분이 가장 낮다는 담배를 찾아냈고 이 담배만 7년 동안 피면서 다소 '몸 걱정'을 덜었다.

2전3기의 기회는 지난해 말에 찾아왔다. 지난해는 경찰에 입문한지 24년이 되는 해였다. 그래서인지 연말로 접어들면서 다소 의기소침해지기 시작했다. '경찰에 입문한 이후 20여년 동안 내가 이뤄놓은 것은 무엇인가, 승진은 뜻대로 될까' 등등 회의가 밀어닥친 것이다. 결국 그런 회의감은 '내 의지대로 할 수 있는 일이 과연 있을까'라는 생각을 낳았고, 나는 옛 기억을 되살려 '금연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것 마저 내 의지대로 통제할 수 없다면 희망은 없다'는 각오로 금연을 다시 시작했다. 건강검진에서 당뇨를 확인한 것도 금연 결심을 앞당긴 요인이었다. 이번에는 어떤 도움도 받지 않고 의지 하나로 밀고 나갔다. 어떤 이는 여러가지 금연보조용품이 효과가 있다고 하지만 나는 믿지 않는다. 금연은 시간과 자신의 의지와의 싸움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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